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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혼탁한 선거전’ 어쩌나… 정치광고 허용한 페이스북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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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페이스북 로고|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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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선 내가 1등이야”라고 외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페이스북 스타’로 새로이 등장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및 유료광고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정치광고를 허용한 페이스북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해로운 콘텐츠는 규제돼야 한다”면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기성 미디어와 통신사 규제의 중간 지점에서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에선 3만5000명이 유해한 온라인 콘텐츠를 걸러내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커버그의 이번 발언은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이 정치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와중에 나왔다.

앞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캠프가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 12명과 계약을 맺고 홍보 게시물을 제작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 공유하도록 한 뒤 거금을 지불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팔로워 270만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 ‘GrapeJuiceBoys’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블룸버그 전 시장이 람보르기니 문짝을 캐딜락에 붙일 정도로 재치와 재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좋아요’ 12만개를 받았다. 악플도 달렸지만, 젊은 유권자들에게 78세의 블룸버그를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

블룸버그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거 운동을 해오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와 맞서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두 달 동안 페이스북·구글에 4700만달러를 지출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13일 블룸버그 측과 같은 인플루언서를 통한 선거 활동 게시물을 ‘브랜드 콘텐츠’로 규정하고 “유료 파트너십을 공개하도록” 조치했다. 블룸버그 측의 활동도 일종의 유료 마케팅으로 본 것이다. 다만 이 게시물을 올리기 위해 얼마의 금액을 제공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또 페이스북의 정치 광고 라이브러리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2016년 대선 당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정보회사가 5000만명에 이르는 미국 유권자들의 정보를 취득한 것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페이스북 측은 이용자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이라고 사과하고, 광고 라이브러리를 조성해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에 게재되고 있는 광고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페이스북은 50억달러의 벌금도 물었다. 러시아가 소셜미디어로 대선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 알려져 선거 국면에서 소셜미디어 그룹의 대처가 중요해졌다.

트위터는 지난해 10월 정치 광고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정치 광고 허용 방침 때문에 유명인들의 비판도 잇따라 나왔다.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 8일 트위터에 ‘페이스북을 지워라’(#DeleteFacebook)는 해시태그와 함께 “별로잖아”(It‘s lame)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영국 배우 사샤 배런 코언도 앞서 “왜 25억명이 보는 정보를 한 사람이 통제하도록 허용하는가”라며 페이스북을 비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도 “가짜 정보가 넘쳐난다”며 페이스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뮌헨안보회의에서 “온라인을 통한 선거 개입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를 향상시켰다”면서더 권위주의 체제가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고도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면서 이 같은 규제의 확산을 우려했다.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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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위터에 인도 방문을 앞두고 “최근에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세상에서 내가 1위라고 한다. 대단한 영광”이라며 자화자찬했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캠프는 페이스북 등에 유권자별로 차별화된 정치 광고를 내보내 효과를 거뒀다. 트럼프 재선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브래드 파스케일은 이번 선거에선 페이스북이나 TV광고가 아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중요한 선거 홍보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페이스북 정치 광고 라이브러리에선 트럼프 측 게시물도 수없이 목격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11일 전했다. 트럼프 측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는 민주당과 연관지어 ‘급진적’’당파적’‘부패’,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문을 찢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가리키는 ‘낸시’ 등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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