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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우리 제품도 나왔다”···‘기생충’ 위상이 낳은 세계 속 파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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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이 공개한 봉준호의 영문 이니셜을 딴 검은색 티셔츠. 티셔츠에는 ‘BJH’와 함께 방탄소년단(BTS)의 로고를 닮은 문양이 프린트돼 있다. 네온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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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르면서 북미에서 2000개가 넘는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등 전세계 영화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베트남, 터키 등에서 재상영되는 등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크고 작은 파장이 적지 않다.

영화에 소품으로 등장한 식품의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하고, <기생충>에 ‘3초’ 등장한 것으로 홍보 마케팅을 벌인 와인 업체도 있었다.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외국어 영화로 작품상을 받은 <기생충>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기생충>이 불러일으킨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정리해 봤다.

“기택이 3초간 들었던 와인” 자랑에 엇갈린 반응

경향신문

칠레의 와인 업체 ‘비냐 모란데’가 자신들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홍보글. 현재는 지워진 상태다. 인스타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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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한 와인업체는 영화 <기생충>에 자사 제품이 등장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다 무리한 ‘숟가락 얹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푸블리메트로와 비오비오칠레 등 칠레 언론에 따르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후 칠레 와인업체 ‘비냐 모란데(Vina Morande)’가 소셜미디어에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비냐 모란데는 자사 로고가 등장한 영화 장면 캡처 이미지와 함께 “비영어 작품 최초로 오스카를 수상한 기생충에 언급돼 자랑스럽다”며 “몇 초간 등장하게 해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 박 사장(이선균)네 아들 다송이의 생일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연교(조여정)가 기택(송강호)과 함께 장을 보러 갔을 때 통화하는 연교 뒤로 기택이 와인이 담긴 상자를 들고 뒤따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상자에 모란데(MORANDE)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 업체는 축하 메시지에 이어 트위터를 통해 성명까지 내고 자사 제품이 등장한 장면과 기생충의 수상 이력 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예상밖의 조롱이 쏟아졌다. 해외 누리꾼들은 이 와인이 기생충에 등장한 시간이 3초가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비냐 모란데의 성명을 리트윗하고 “‘승리의 마차’를 한국어로 뭐라고 하느냐”고 물었다. ‘승리의 마차에 올라탄다’는 표현은 우리말 ‘숟가락 얹다’와 비슷한 뉘앙스다.

결국 비냐 모란데가 올렸던 축하 메시지와 성명은 삭제됐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국내 누리꾼들은 “얼마나 자랑스러우면 그 짧은 영상을 캡쳐해 자랑했겠냐”며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땡큐, 기생충” 오스카 특수 누리는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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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층>에 등장한 스페인 ‘보닐라’ 감자칩. 보닐라 측은 영화 상영 후 온라인 판매량이 1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화 예고편·보닐라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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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업체가 무리한 홍보로 역풍을 맞았다면 <기생충>에서 소품으로 사용됐다 제대로 특수를 맞게 된 업체들도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13일 스페인의 명품 감자칩으로 알려진 ‘보닐라(Bonilla)’의 사연을 전했다. 이 업체의 감자칩은 지난해 말부터 갑자기 수요가 증가했는데, 알고 보니 <기생충>의 소품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닐라 측은 “<기생충> 상영 이후 감자칩의 온라인 판매량이 150%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감자칩은 기택네 식구들이 박 사장의 저택에서 술을 마시고 노는 장면에서 테이블 아래 놓여있는 모습이 잠깐 노출됐다. 보닐라 감자칩은 2016년 한 백화점에서 ‘페인트통 감자칩’으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당시 2만9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렸다.

이밖에 보닐라 칩은 물론 국내에서는 <기생충>의 촬영 배경이 된 피자집(스카이피자), 슈퍼마켓(돼지슈퍼) 등이 탐방코스로 떠올랐다. 영화에서 기정(박소담)이 부른 ‘제시카 징글’, 연교의 ‘짜파구리’도 특수를 맞았다.

봉준호 티셔츠도 화제가 됐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은 지난달 영화와 관련한 굿즈로, 봉준호의 영문 이니셜을 딴 검은색 티셔츠를 공개했다. 티셔츠에는 ‘BJH’와 함께 방탄소년단(BTS)의 로고를 닮은 문양이 프린트돼 있다. 정식 판매용은 아니지만 판매 문의는 빗발쳤다. 네온 측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자신들의 계정을 구독하면 연락을 주겠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 버라이어티는 이러한 <기생충>의 흥행에 대해 “Z세대, 밀레니얼 등 젊은 관객층을 사로잡았다”며 “아카데미 후보작이 통상 높은 연령층에 지지받는 것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LA타임스 기사에서 네온의 톰 퀸 대표는 “<기생충>은 외국영화를 본 적 없는 관객에게 다가가고 있다”면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기생충’을 보고 싶다고 해서 따라가서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기생충·봉준호 향한 인종차별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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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NBC 인기 토크쇼 <엘렌 드제너러스 쇼> 진행자 엔렌 드제너러스가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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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치솟는 해외 인기와 함께 인종차별 등 봉준호 감독과 영화를 둘러싼 ‘잡음’도 생겨나고 있다.

11일 미국 NBC 인기 토크쇼 <엘렌 드제너러스 쇼>(엘렌 쇼)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최근 방송의 영상 클립을 올렸다 인종차별과 스포일러 논란에 휩싸였다.

진행자 엘렌 드제너러스는 이 방송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생충>이 어제 엄청났다. 그래서 나는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에게 문자를 보냈고, 그녀가 봉준호 감독에게 문자했고, 봉준호 감독이 다시 통역사에게 문자해 통역사가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 누드를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이러한 농담이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동양인은 영어를 못한다는 편견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봉 감독이 통역사인 샤론 최를 거쳐야 소통이 된다고 비꼰 것이라 주장했다.

엘렌 드제너러스가 “이 영화를 보고 우리집 ○○○도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한 부분도 논란이 됐다. 영화의 반전이 담긴 중요 장치를 스포일러했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그는 아직 <기생충>을 보지 못한 이들의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엘렌 드제너러스는 2003년부터 인기 토크쇼 <엘렌 쇼>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국내 아이돌스타들도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앞서 미국 방송인 존 밀러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봉준호 감독이 <1917>과 <원 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제치고 오스카 각본상을 수상했다. 수상 후 첫 소감은 ‘대단한 영광이다. 감사합니다(Great Honor. Thank you)’ 였고, 나머지 소감은 한국어로 말했다”며 “이런 사람들이 미국을 파괴한다”고 적었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커지자 존 밀러는 “‘이런 사람들’은 한국인을 칭한 게 아니라 단순히 자기들이 얼마나 더 깨어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각본상을 받을만했던 두 개의 작품을 제치고 계층 간 싸움을 불 지피는 사람들을 이야기 한 거다”라며 해명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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