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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물가와 GDP

'코로나19' 마스크값 아무리 올라도, 물가엔 영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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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주] 색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같은생각 다른느낌]소비자물가 조사 품목 개편 때 마스크 포함 여부 결정할 수도

머니투데이

최근 코로나19(COVID-19)로 마스크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가격이 3~4배 폭등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10배 이상 비싼 가격에 되팔기도 했다. 이렇게 마스크 수요가 크게 늘고 매점매석까지 극성을 부릴 정도로 가격이 급등하면 물가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마스크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재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주로 구입하는 460개 품목의 상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조사 작성되는데, 마스크는 여기서 빠져 있다. 수요가 꾸준히 있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봄부터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KF94, KF80이란 마스크 종류가 생소했던 시절이다. 그리고 미세먼지가 잠잠해면 마스크 수요도 급감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지난해 구입해 놓은 마스크를 사용한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앞으로는 마스크가 물가조사 품목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소비자물가조사는 5년마다 품목을 재선정하며 2~3년마다 가중치를 조정하는데 올해가 소비자물가지수 품목과 가중치를 개편하는 기준연도다. 직전엔 2015년에 이뤄졌다.

소비자동향조사에선 전체 소비지출에서 1만분의 1 이상을 넘어야 물가조사 대상에 포함되는데 마스크는 매점매석과 사재기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면서 선정 품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으로도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존재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미세먼지, 황사, 바이러스 등 자연재해성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약국 뿐 아니라 편의점, 마트에서도 쉽게 구입할 정도로 흔한 물품이 됐다. 앞으로는 별로 달갑지 않은 이유로 마스크를 소비자물가 조사 품목에 포함시켜야 할지 모른다.

통계청 물가동향과 이두원 과장은 “최근의 소비자물가는 기후와 작황에 따른 농수산물 가격 등락, 공공요금 정책, 황사나 바이러스 같은 자연재해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마스크 가격은 올랐지만 반대로 코로나19 감염을 두려워해 국민들이 외부활동과 소비생활을 줄이면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야외 활동이나 집단 모임을 줄이다보니 외식, 목욕탕, 수영장, 레포츠 이용, 놀이동산 등이 타격을 입고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졸업시즌을 앞두고 꽃집도 울상이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부터 고등학교 2학년 납입금이 면제되고 하반기엔 1학년까지 납입금 면제가 확대될 예정이며 석유 가격도 하락세다. 이미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3년부터 1%대로 내려왔고 지난해는 0.4%까지 낮아졌다.

보통 사람들은 일부 품목 가격이 급등하면 전체 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착각한다. 예컨대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야단이다. 그런데 농축수산물은 월별 가격등락이 매우 커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크게 올라도 다시 내린다. 이러다 보니 최근 3년간(2017년 1월~2020년 1월) 농축수산물 누적 상승률은 3.1%로 가격 등락폭이 크지 않았던 가공식품(3.5%)보다 낮았다. 생강(111.5%), 상추(49.5%), 마른오징어(74.0%)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마늘(-32.5%), 귤(-22.0%), 달걀(-33.6%), 전복(-16.1%) 등 하락한 품목도 많았다.

또한 전기밥솥, TV 등 공업제품은 2.4% 상승, 집세(월세·전세)는 1.2% 상승에 그쳤다. 더욱이 도로통행료, 열차료, 학교납입금, 보육시설이용료의 하락으로 전체 공공서비스료는 –0.3% 낮아졌다.

반면 3년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것은 개인서비스 요금이었다. 외식비(6.8%), 가전제품수리비(22.3%), 콘도이용료(26.6%) 등의 상승으로 개인서비스 요금이 6.0%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3.1%)보다 2배 가량 높았다.

이처럼 실제 물가상승률은 낮은데도 마스크와 같은 계절변동성 가격 폭등, 기후와 작황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숙박·음식 가격 상승은 전체 물가가 크게 올랐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zestt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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