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사이버사령부, 국가안보국, 국토안보부, FBI, 州방위군 등 총동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농담처럼 “미 대선에 개입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푸틴) 대통령님, 부탁인데요. 제발 선거에 개입하지 마세요.”
지난해 6월28일 일본 오사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회담 개시에 앞서 한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에게 경고할 것인가”라고 물은 것에 대한 대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 마라‘는 식으로 말했지만 이는 농담에 더 가까운 뉘앙스로 들렸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푸틴 대통령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녹록한 사안이 아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미국 정부는 외국 정부 또는 테러 집단에 의한 사이버 공간 침투, 그리고 선거 개입 시도에 철저히 대비하고 나섰다.
13일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른바 ‘선거 방위(election defense)’의 최전선을 담당한 곳은 미군 사이버사령부, 그리고 국가안보국(NSA·National Security Agency)이다. 육군의 4성장군인 폴 나카소네 대장이 사이버사령부 사령관 겸 NSA 국장을 맡고 있다.
사이버사령부와 NSA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두 기관 요원들로 ‘선거보안그룹(Election Security Group)’이란 이름의 별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상태다. 이 팀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반인 2018년 치러진 상하 양원 의원 선거, 이른바 중간선거 당시에도 활약했다. 러시아 등 외국 정부가 해커 집단을 활용해 선거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 철저한 차단 작업을 실시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없앴다.
2016년 대선 이후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원한 푸틴 대통령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이 불거져 트럼프 행정부를 몇 년 간 괴롭힌 것과 같은 일을 더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미군 및 정보기관으로 구성된 선거보안그룹은 국방부와 별개의 중앙부처인 국토안보부, 그리고 수사기관인 연방수사국(FBI)과도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다.
미군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불순한 세력의 미군 네트워크 침입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
선거보안그룹이 수집한 각종 첩보를 검토하고 재분류한 뒤 핵심 정보를 국토안보부 및 FBI와 공유하면 해당 기관들은 이를 활용해 외국에 근거지를 둔 해커 집단이 미국의 중요 사이트에 접속, 교란을 시도하는 것을 막는다.
특히 FBI는 불순한 선거 개입 시도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운영하는 기업들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특정 후보에 관한 허위사실, 일명 ‘가짜뉴스’를 고의로 유통시키는 주된 통로가 SNS라는 점에 착안한 결과다. 유권자의 선택과 선거 결과를 왜곡할 수 있는 가짜 정보가 SNS를 통해 급속히 유포되는 일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미 국방부는 설명한다.
미 대선에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작업에는 미국 50개주(州)에 설치된 주방위군(National Guard)도 동원된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주방위군은 미국 50개주 전부와 3곳의 해외영토, 그리고 특별행정구역인 수도 워싱턴에 모두 다 있다”며 “주방위군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외부세력의 선거 개입 행위를 촘촘하게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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