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군 당국이 9.19 군사합의 이행을 놓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남북이 전방지역에서 해야 할 과제들이 가득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남북이 서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21일 오후 육ㆍ해ㆍ공군 지휘부가 모여 있는 계룡대에서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 강한 안보, 책임 보훈'이라는 주제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4월부터 화살머리고지 등 비무장지대(DMZ) 내 유해발굴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제는 북한의 호응이다. 북한은 지난해 중국에서 전염된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이 '국가의 생존을 위협'할 것으로 판단하고 우리 정부와 접촉자체를 꺼릴 수 도 있다.
국방부는 지난 해 9.19 군사합의 이행을 통해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의 유해발굴 작업을 진행한바 있다. 우리측 공동유해발굴단 구성을 북측에 통보했지만 북한의 호응이 없어 우리 측 단독으로 군사분계선(MDL) 이남의 지뢰제거와 유해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8개월간의 작업을 통해 유해 261구와 유품 6만7000여점을 발굴하는 성과를 냈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도 앞 길이 멀다. 국방부는 북측과의 협의를 통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ㆍ운영 합의서를 최종 확정하고 회담 정례화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9.19 군사합의서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논의할 주제를 크게 다섯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ㆍ차단 및 항행 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북측 선박의 해주 직항로 이용 및 제주해협 통과 문제 △서해 평화수역 및 공동 어로구역 경계 설정 문제 등이다.
이와 함께 DMZ 내 GP 철수를 위한 대북 협의도 진전이 없을 수 있다. DMZ 내 GP 철수는 비례성 원칙을 적용해 동부ㆍ중부ㆍ서부 지역별 단계적 GP 철수 방안을 검토한다. 9ㆍ19 군사합의로 남북은 GP 11개를 시범 철거하기로 했고, 10개를 철거했다. 2018년 남북은 나란히 GP 파괴 현장을 검증하고 군사분계선(MDL) 위에서 군인들이 악수하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미 관계가 급속히 악화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머지 GP 철거는 '유야무야' 됐다. 현재 DMZ 내 GP는 한국군 60여개 북한군 150여개가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적인 GP 철거를 위해서는 북한과 협의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강조한 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도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은 당시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평화협력지구를 지정하고 DMZ 내 유엔기구 및 평화ㆍ생태ㆍ문화기구를 유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은 DMZ 내 유엔기구 및 평화ㆍ생태ㆍ문화기구 유치, 유엔지뢰행동조직과 DMZ 지뢰 협력 제거 등을 골자로 한다.
DMZ 인근 접경지역 10개 지방자치단체를 경유하는 도보 여행길 500여㎞인 평화의 길은 지난해 일부 구간 개방됐지만 아프리카 돼지 열병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당분간은 추진이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부터 고성, 철원, 파주 3개 구간을 개방했고, 내국인 총 1만4000여명이 방문했다.
이밖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남북 합동 근무 시행과 관광객 및 참관 인원 남북한 자유 왕래, 한강 하구 공동이용 군사적 보장 등 숙제가 남아 있지만 북한의 호응이 필수적이라 실제 회의가 열리지는 불확실하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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