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직동서 “새 미래로 출발”
황, 관철동서 “경제 되살리겠다”
역대 대통령 셋 배출한 정치 1번지
차기 주자 둘 격돌…대선까지 영향
4·15 총선에서 종로 출마 예정인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9일 종로를 찾았다. 민주당 소속으로 종로에 출마하는 이 전 총리가 종로구 사직동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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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가 배출한 전직 대통령은 3명이다. 여기에 네 번째로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자 하는 두 거물이 4·15 총선에서 맞붙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다. 현재까지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여와 야 맨 위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다.
두 사람의 ‘종로 대전’은 짧게는 21대 총선 전체 인상을, 길게는 차기 대선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런 만큼 둘은 물론 제1당 싸움을 벌이는 민주당과 한국당 간 일대 격전이 예고된다.
둘의 전략과 전선은 사뭇 다르다. 황 대표는 정권 심판론을 적극 띄운 반면, 이 전 총리는 이른바 ‘미래 주자론’ 프레임으로 맞섰다. 황 대표보다 먼저 종로에 터를 잡은 이 전 총리는 이날 종로 지역 탐방에 앞서 사직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4·15 총선을 종로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출발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사실상의 차기 대권 출사표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 전 총리는 또 황 대표가 종로를 ‘정권 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다른 후보들의 선거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추가 언급은 삼갔다. 그 대신 빽빽이 적은 메모장을 꺼내들고 네 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한 시간가량 하얀 마스크를 쓴 채 ‘뚜벅이 유세’를 했다. 시민들을 만나면 잠시 마스크를 벗고 목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우려한 듯 악수는 따로 하지 않았다.
4·15 총선에서 종로 출마 예정인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9일 종로를 찾았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같은 날 오후 종로구 정독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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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종로 출마 선언 뒤 첫 공식 일정으로 9일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를 찾았다. ‘임대’ 글씨가 나붙은 빈 사무실들을 집중적으로 둘러본 그는 취재진을 향해 “저 말고 여기(빈 사무실)를 더 많이 찍어 달라”며 침체한 골목경제 분위기를 부각하려고 애썼다. 황 대표는 종로 거리를 둘러보면서 “(현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망가뜨린 종로의 경제를 되살려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출마 선언 당시 이 전 총리 이름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던 것처럼 이날도 여당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종로 선거를 ‘이낙연 대 황교안’이 아닌 ‘문재인 대 황교안’의 구도로 만들어 정부 심판론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에서다. 그는 젊음의 거리를 둘러본 뒤엔 모교인 성균관대와 옛 경기고 부지(현 정독도서관)를 찾아 자신과 종로의 인연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라면 사먹을 돈이 없어 아줌마에게 사정해 라면 대신 국물만 달라고 했었다”며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정치 1번지 종로=1996년 15대 총선 땐 신한국당 소속 이명박 전 대통령과 통합민주당 노무현 전 대통령, 새정치국민회의 이종찬 전 국정원장이 종로에서 3파전을 벌인 끝에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2년 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치러진 98년 보궐선거에선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두 사람 모두 종로를 발판으로 대권을 거머쥔 셈이다.
현재 종로 의원은 민주당 소속 정세균 총리다. 전북 지역에서 네 번 당선되곤 2012년 종로로 옮겨 재선했다. 이전엔 보수 진영이 우세했다. 현재 종로는 보수 색채가 짙은 서부 지역과 진보 색채가 뚜렷한 동부 지역의 유권자 수가 엇비슷하다는 평가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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