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 정봉주, 민주당 총선 공천 못 받는다

이해찬 대표ㆍ정 前의원 면담 후 공관위 예비후보자 부적격 판정

정봉주 전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을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성추행 의혹 관련 명예훼손 재판을 받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총선 예비후보자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정 전 의원은 4ㆍ15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세습 공천 논란 당사자였던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석균씨의 불출마를 유도한 데 이어 민주당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공천에 ‘무관용 원칙’을 지키겠다는 뜻을 확인한 것이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9일 서면 브리핑에서 “정 전 의원에 대해 예비후보자 부적격 판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정 전 의원이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어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해 왔으나,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를 우선하는 공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부적격 판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선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도덕성ㆍ공정 이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처해 왔다. 정 전 의원에 대해 당 지도부는 일찌감치 ‘출마 불가’로 입장을 정리했다. 정 전 의원이 공관위 심사에 앞서 받아야 하는 당 후보자검증위원회의 심사를 피해간 것을 놓고 ‘불이익을 주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공관위의 부적격 결과 통보에 앞서 정 전 의원을 면담했다. 이 대표는 불출마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전 의원은 면담 직후 “총선 이야기는 안 나눴다. 내가 왜 출마 의사를 접어야 되느냐”며 굽히지 않았다. 공관위가 약 3시간 만에 부적격 판정을 내림에 따라, 정 전 의원은 총선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출마를 스스로 포기한 김의겸 전 대변인, 문석균씨와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이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명예훼손 1심 재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고 주장하며 출마 의지를 다져 왔다. 검찰 개혁 등과 관련해 여권에 몇 차례 반기를 든 당내 금태섭 의원을 심판하겠다는 명분으로 금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를 노렸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