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원인 발표 파장 / 작년 1차 조사선 외부 환경요인에 무게 / 이번엔 “배터리 결함”… 정반대 결과 나와 / 제조업체들 조사 결과 조목조목 반박 / “배터리 문제 아닌 설비·운영탓” 주장
조사단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결과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ESS 화재 5건 중 4건의 원인을 배터리 이상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6월 1차 조사단이 배터리 자체의 결함보다는 외부 환경을 더 큰 요인으로 꼽은 것과는 정반대 결론이다. 조사단은 “ESS는 불이 나면 전소되기 때문에 이미 불에 타버린 배터리로 분석할 수 없어 유사한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 이같이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경남 하동군 진교면 태양광발전설비 ESS(에너지 저장장치)에서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4시 14분쯤 과부화 등으로 화재가 발생한 모습. 뉴시스 |
이번 결과에 따라 1차 조사에서 직접적인 책임에서 벗어났던 LG화학과 삼성SDI 등 배터리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설비업체와의 책임 소재가 문제될 수 있고, 해외 진출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배터리가 화재 원인이 아니라며 반발에 나섰다. 삼성SDI는 설명자료를 통해 “조사단이 분석한 내용은 화재가 발생한 사이트가 아닌 동일한 시기에 제조돼 다른 현장에 설치·운영 중인 배터리를 분석해 나온 결과”라며 “조사단 조사 결과가 맞다면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된 유사 사이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LG화학도 4개월간 실제 사이트를 운영하며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배터리 제조사는 화재 원인이 배터리 이상이 아닌 설비·운영 등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어 제조사와 설비업체, ESS 사업자 사이에서 화재 책임을 두고 법정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수출한 배터리로 만든 ESS에서 불이 나지 않는 것은 GE, ABB 등 경험이 풍부한 기업이 운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반면 국내 소규모 ESS를 직접 방문해 보면 비가 새거나 심지어는 안에 뱀이 돌아다니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 논란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ESS 시장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LG화학은 지난 3일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ESS사업은 국내에서 단기적으로 키우기 어려워 해외 시장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재 원인이 배터리 이상으로 지목되는 만큼 해외 시장 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으며, 중국 업체들이 ESS 시장에 급속히 진출해 성장세가 뚜렷한 만큼 이미 주도권이 넘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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