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의 '사제독신제' 공저 파문 시점과 겹쳐 주목
獨언론 "직무정지된 것"…교황청 "정기적 직무 재배치" 해명
지난 1월 8일 수요 일반 알현에서 자리를 함께 한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과 게오르크 겐스바인 대주교. [EPA=연합뉴스] |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개인비서이자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의전을 책임진 고위 성직자가 지난달 전임 교황의 '사제독신제 저서' 논란 이후 원래 직무에서 손을 놓은 것으로 알려지며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인다.
6일(현지시간)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궁내원장을 맡은 게오르크 겐스바인(64·독일) 대주교가 지난달 중순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반·특별 알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교황궁내원장은 교황궁 실무와 교황 의전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일반·특별 알현 때 교황을 '그림자 수행'하는 것도 교황궁내원장이다.
하지만 겐스바인 대주교는 지난달 15일 이후 교황이 일반 신자들과 만나는 일반 알현 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교황이 국내외 주요 인사들과 일대일로 접견하는 특별 알현 수행도 지난달 20일이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교황궁내원 이인자인 레오나르도 사피엔차 몬시뇰이 겐스바인 대주교 대신 교황 의전을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Vatican Pope |
현지 언론들은 겐스바인 대주교가 업무 현장에서 종적을 감춘 시점에 주목한다.
베네딕토 16세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판하는듯한 내용을 담은 책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인 때와 미묘하게 겹친다는 것이다.
베네딕토 16세는 프랑스에서 출간된 '마음 깊은 곳에서: 사제, 독신주의 그리고 천주교의 위기'라는 제목의 책에서 사제독신제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심각한 사제 부족 현상을 빚는 남미 아마존 등에 사제독신제의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는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가톨릭교계 안팎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선 전임 교황과 현직 교황이 사제독신제를 두고 초유의 대립 사태를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프랑스 서점에 비치된 베네딕토 16세의 저서 |
논란이 확산하자 당시 책을 집필한 로버트 사라 추기경(74·기니)에게 공저자에서 베네딕토 16세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며 진화에 나선 인물이 겐스바인 대주교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같은 나라 출신인 베네딕토 16세가 2013년 교황직에서 자진 사임한 이후 그의 개인비서로도 활동해왔다.
겐스바인 대주교의 근황과 관련해 한 독일 언론은 5일자 지면에서 교황청이 사태의 책임을 물어 겐스바인 대주교 직무를 무기한 정지했다는 취지로 보도했으나, 교황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보도 당일 취재진에 "겐스바인 대주교가 무기한 휴직 또는 교황궁내원장 직무가 정지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교황궁내원 직무 재배치가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브루니 대변인은 겐스바인 대주교가 베네딕토 16세를 보좌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
교황청 대변인의 해명에 대해 AP 통신은 겐스바인 대주교가 베네딕토 16세의 개인비서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의전 업무 배제를 정당화하려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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