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만 중징계’ 비판 여론 / “금감원에 책임지는 사람 없어 / 2018년 문제 알고도 조치 안해” / 감사원도 “소비자 보호 소홀” / “감독기구 개편 방안 마련” 통보
금융감독원이 지난 3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은행들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하자 ‘책임은 방기한 채 징계권만 행사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융사 관리·감독과 소비자 보호에 실패했음에도 내부적으로 자성하거나 책임을 묻기보다 발뺌하는 모습만 보인다는 것이다. 감사원 역시 금감원이 금융 소비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6일 발표했다.
◆“금감원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 없어”
금감원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중징계(문책경고)하는 제재안을 확정하자 금융권 일부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백번 양보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까지 중징계가 내려져야 한다면, 감독 의무가 있는 금감원에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우리금융그룹은 지주사로 전환한 지 이제 1년이 갓 넘었기 때문에 후계구도가 마땅하지 않다”며 “이번 중징계를 통해 CEO를 교체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2018년 고객으로 가장해 은행의 영업 실태를 파악하는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우리·하나은행의 미흡한 성적을 파악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을 대표적 실책으로 거론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감원이 미스터리쇼핑을 통해 문제가 있음을 파악했는데 충분히 조치하지 못했다”며 “내부적으로 면밀히 따져 문책·경고 등이 뒤따랐어야 함에도 아무 얘기 없이 금융회사만 징계하는 건 문제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금감원은 “미스터리 쇼핑 결과에 대해 은행이 자체적으로 모두 보완했다고 허위 보고를 했다”고 항변했다. 금감원은 내부적으로 책임을 묻기보다 오히려 최근 실시한 간부 인사에서 DLF 관련 부서의 국장을 주요 부서장으로 전보조치했다.
◆감사원 “금감원 소비자 보호 소홀”
감사원도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에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최근 5년 동안 실시된 금융소비자 보호정책 등을 감사한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 보호시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이날 공개했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금융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업무를 같이 담당하지만, 소비자 보호정책이 미흡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원장 직속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설치하는 등 관련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건전성 검사·감독 부서 일부가 금융소비자보호처 산하에 편제돼 오히려 인력이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금융소비자보호처의 위법사항 검사·제재 실적이 줄었다.
감사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감독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금융위원장에게 통보했다.
외부에서 우리은행장 추천위원회를 마친 노성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이사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은행지주 이사회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사태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한다. 뉴스1 |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본적으로 금융감독 기구의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며 “금융위, 금감원에 서로 기능이 나뉘어 있어 엇박자가 나다 보니 감독이 총체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참여연대도 ‘DLF 사태의 책임은 은행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무리하게 금융상품을 판매한 은행뿐 아니라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에도 책임이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 설립 등 제도적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중심으로 감독하다 보니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감독 기능이 약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감사원에 ‘은행의 DLF 불완전판매 행위에 대해 금감원의 검사 및 감독이 이뤄지지 않은 경위를 파악해달라’고 청구했다. 감사원은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송은아·남정훈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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