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심사위원장, 외부에서 뽑는다..올해부터 '얼굴보고' 심사

방통위원들 이번 주 합의..블라인드 청문에서 얼굴보고 하기로

점수 매기는 심사위..최종 재승인여부는 방통위가 결정

지상파와 형평성 맞춘 대면 심사, 심사위원 위축 주장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내부가 아닌 외부인사가 TV조선과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재승인 심사 때와 달리 이번부터 청문 심사는 블라인드 방식 대신 대면 심사로 진행할 예정이다.

종편은 첫 허가 때인 2010년 이후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의 재승인 심사를 받았는데 모두 외부 인사가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올해에는 방송 정책 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상에 맞게 5명의 상임위원 중 한 명이 맡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교수 등 외부에서 찾기로 했다.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때와 달리 종편은 심사위원들의 얼굴을 가리고 음성만 듣는 블라인드 방식을 채택했지만 이번에는 지상파와 형평성을 맞추기로 했다.

점수 매기는 심사위..최종 재승인여부는 방통위가 결정

6일 방통위에 따르면 한상혁 위원장을 비롯한 5명의 상임위원들은 최근 이 같은 종편 재승인 운영 계획을 합의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지난 3일 상임위원들끼리 티타임에서 합의한 걸로 안다.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 추천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심사위원회는 재승인 여부의 자문기구일 뿐 사실상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최종 결정하기 때문에 심사위원장은 외부든 내부든 누가 맡아도 큰 이슈는 아니다”라면서 “한 때 사무처가 블라인드 방식을 고집해 종편은 그리했지만 원활한 심사를 위해 대면 방식이 낫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외부 심사위원장, 대면 심사 방식을 두고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2월 종편 사업자 선정 때 이병기 서울대 교수(전기공학)가, 2014년 재승인 심사 때 오택섭 고려대 명예교수(언론학부)가, 2017년 재승인 때는 이광재 경희대 명예교수(언론정보학과)가 각각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이 교수는 당시 민주당이 추천한 1기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다 임기를 1년여 앞둔 상태에서 사의를 표명한 만큼 절반은 방통위 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상임위원은 책임 행정을 위해 상임위원 중 한 명이 심사위원장을 맡자고 했지만 최종 승인 여부와 조건은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정해지는 만큼 외부에서 뽑아도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2017년 심사 때 TV조선은 625.13점을 받아 재승인 기준 점수(650점)에 미치지 못했지만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재승인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총점이 기준점수에 못미쳐도 재승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기준 점수에 미달할 경우 조건부 승인을 받거나 재승인이 거부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당시 TV조선은 다른 종편들보다 센 △프로그램 편성비율과 투자계획 등 재승인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내리고 6개월 단위로 점검해 반복 위반하면 업무정지, 승인취소를 하며 △오보·막말·편파 방송으로 인한 법정제재가 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자로 인한 경우 진행자와 출연자를 모든 프로그램에서 출연 정지시키고 생방송 시사프로그램을 축소해야하는 조건을 받았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일 종합편성채널 4사 대표자와 오찬 간담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정확한 정보 제공과 가짜뉴스 대처에 대한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왼쪽부터 김차수 채널A 대표이사, 김민배 TV조선 대표, 한상혁 방통위원장, 김용달 JTBC 대표이사, 류호길 MBN 대표이사다. 방통위 제공

지상파와 형평성 맞춘 대면 심사, 심사위원 위축 주장도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가 꾸려지면 합숙심사를 통해 점수를 매긴다. 이때 종편 대표이사가 참석해 청문 심사를 받는다. 방통위는 올해 심사부터 지상파(KBS, MBC, SBS) 재허가와 마찬가지로 얼굴을 보는 대면 방식으로 바꿨다. 방통위는 유료방송 기업에 대해서는 블라인드 청문 심사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방송계 관계자는 “언론사 대표가 취조받듯이 가림막 뒤의 사람과 언쟁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환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얼굴 보고 하면 질문의 수위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공무원이거나 피선거권 자리를 생각하는 심사위원이라면 방송사 앞에서 위축될 수 있다. 대면 심사는 청문인에게 유리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TV조선, 채널A, YTN, 연합뉴스TV는 3월에 심사결과가 통보된다. JTBC와 MBN은 10~11월에 심사위가 운영돼 11월에 통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