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인 대회 이후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해 약 3주에 걸쳐 서울·경기·인천·대전·충북·세종·광주 등 7개 시·도당을 세운 뒤 3월 1일 중앙당을 창당한다는 계획이다. 정당 이름에 특정인의 이름을 넣는 결정을 한 것은 4·15 총선까지 유권자에게 각인시킬 시간이 많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20대 총선을 앞두고 역시 시간이 촉박했다. 당시는 국민의당이었다. 당명에 '안철수' 이름을 넣지는 않았다.
4년 전과 지금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안 전 대표는 달라진 환경에서도 20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창당의 추억'을 재현할 수 있을까.
'양당체제' 극복 같아…'공공성 회복'으로 차별화
2016년 1월 10일 국민의당은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국민의당은 기성 정치질서를 '시대 변화에 뒤처진 낡고 무능한 양당 체제'라고 규정했고 "국민통합보다 오히려 분열에 앞장서는 무책임한 양당 체제의 종언을 선언한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성찰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에서 새로운 대안정치, 민생정치, 생활정치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의 이른바 '새 정치'였다.
이런 창당 목표는 지금도 유지된 모습이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당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념과 진영 정치의 극복' '기존 정당의 틀과 관성의 파괴' '작은 정당·공유 정당·혁신 정당'을 신당의 3대 지향점으로 꼽았다.
안철수신당은 추가로 '공공성의 회복'을 내세웠다. 안 전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치를 통해서 강남 빌딩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검찰이 재판에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이라는 문자를 보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를 통해 '기득권'과 선을 긋고, 중도층에 호소하고 있다.
달라진 정치 지형, 또다시 호남에 호소할 수 있을까
창당 취지는 국민의당 시절과 맥을 같이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정치 지형은 달라졌다. 국민의당 시절 지역구 28석 중 23석을 쓸어담았던 호남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는 형국이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3년 동안 호남 출신을 중용하며 호남 민심에 호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권엔 이낙연 전 총리, 임종석 전 비서실장부터 시작해 정세균 총리 등까지 호남 출신이 포진해 있다. 그 결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조사에서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호남 계열 정당을 압도하고 있다. 안 전 대표로서는 고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개혁적 보수' 표심 놓고 새보수당과 경쟁할 수도
안철수신당으로서는 4년 전 13석이나 차지했던 비례대표 의석을 이번에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만만치 않다. 4년 전 국민의당이 "'성찰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대안정치"를 내세우며 당시 자유한국당의 표를 많이 가져왔지만 지금은 새로운보수당이란 존재가 있다. 안철수신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라는 거대 양당이 건재한 상황에서 새로운보수당과 '개혁적 보수'의 표를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양상은 19대 대선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안철수 후보(21.41%)와 유승민 후보(6.76%)의 득표율을 합치면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얻은 26.7%와 거의 같다. 보수통합이 불발돼 새보수당이 독자 행보를 한다면 안철수신당이 불리해지는 상황이 된다.
4년 전에 ‘정치 9단들' 합류…이젠 안철수 홀로
2016년 국민의당에는 이른바 ‘정치 9단'들이 포진해 있었다. 천정배 당시 공동대표, 박지원 의원, 정동영 의원 등 호남 기반 정치인들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거대 양당의 사이에서 힘을 모았고, 호남 23석을 포함해 총 38석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안철수신당'이라는 당명이 말해주듯 안 전 대표는 홀로 서 있다. 2018년부터는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과 손잡으며 제3지대에 자리 잡으려 했지만 결국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했다. 4년 전과 같은 '합종'은 재현되지 않고 있다.
‘정치 9단'들이 각자의 길을 떠난 뒤, 안 전 대표 옆에는 비교적 젊은 의원들이 남아 있다. 이태규 의원은 창당추진기획단장을 맡았고, 김삼화 의원(서울)·이동섭 의원(경기)·최원식 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인천)·신용현 의원(대전)·김수민 의원(충북)·김중로 의원(세종)·권은희 의원(광주)은 각 시·도당 창당 책임자를 맡았다.
대부분 20대 총선에서 여의도에 입성했거나 국민의당 당직자를 지낸 인물들이다. 안 전 대표가 과연 지금 상황에서 4년 전처럼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백길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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