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정말 은행들만 잘못했나"…DLF 사태 금융당국 책임론 확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관리감독 못 한 책임은 없나"

과잉제재로 꼬리자르기 비판도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와 관련한 우리은행ㆍ하나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의 중징계(문책경고) 처분을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책임론이 시장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의 경우 은행권과 투자업계에 대한 관리감독 실패의 책임이 큰데도 구체성이 결여된 근거규정을 바탕으로 CEO들을 징계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 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전날 'DLF 사태의 책임은 은행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금융당국의 감시ㆍ감독 소홀의 책임 또한 크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면서 "DLF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금감원의 금융기관 감독 소홀이었음을 인정하고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신설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가 거대자본에 대한 견제와 통제를 중시하고 시장의 책임을 무겁게 바라보는 진보적 시민단체라는 점에서 감독당국에 대한 비판은 이례적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감독당국이 책임론을 의식해 과잉제재를 통해 꼬리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시중은행의 고위 임원은 "금융위가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DLF 사태 등을 초래한 측면은 간과해도 되느냐"면서 "DLF 제재의 국면에서 이런 배경에 대한 당국의 책임있는 입장표명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임원은 정부(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그룹 지분의 약 17%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을 지적하며 "예보가 지분 매각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지분가치의 상승을 위해 경영진이 매우 큰 압박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고위험 투자상품 영업의 이면에는 이처럼 복잡한 맥락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당국이 모를 리 없다"고 꼬집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결정된 뒤로 아직까지 감독체계의 문제 등에 관한 조치 계획이나 관련 언급을 전혀 내놓지 않은 채 징계의 발효를 위한 절차를 밟는 일에만 속도를 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감원장이 DLF 사태의 책임과 관련한 언급을 한 것은 지난해 사태가 벌어진 뒤 언론을 통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힌 게 전부다.

아시아경제

징계의 근거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 또한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금융회사는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행령에 의거해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경영진이 법률상의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는 논리인데,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기준이 CEO에게 중징계를 내릴 정도로 미비하고 실효적이지 못했는지를 두고서는 다툼의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은 지난해 11월 DLF 사태와 관련해 참여연대 등이 감사원에 청구한 공익감사 착수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그간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며 감사 여부를 검토중"이라면서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는 일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당장 닥쳐올 경영 및 지배구조의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이번 중징계가 손 회장의 거취 및 연임 여부와 맞닿아있어 비상이 걸린 형국이다. 손 회장은 이르면 오는 7일 우리은행의 결산보고 등을 위한 정기이사회에서 거취에 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이번 중징계로 남은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향후 3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직을 맡기가 어려워졌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2월 손 회장을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추천했다. 손 회장이 연임을 포기할 경우 지배구조의 혼란이 불가피하고 그간 진행해온 주요 임원 인선 등의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