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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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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정치의 계절이라지만, 선거용 '떴다방 정치'라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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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4·15 총선을 앞두고 '떴다방' 정당정치가 또 고개를 들고 있다. 노선도 다르고 직전 선거에서 유권자 선택도 달랐던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횡행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원을 더 얻으려고 급조한 미래한국당으로 자당 소속 4선 의원을 보내 당 대표를 맡기겠다고 한다.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의원들이 잇따라 당적을 옮겨 미래한국당 소속 의원 수가 늘면 정당투표 용지에 표시될 정당 순번이 위로 올라가 선택받기 좋을 거로 보는 모양이다. 노골적이기가 이를 데 없다. 한국당은 또 보수 야권의 통합정당 이름을 '통합신당'으로 검토한다고 하고, 안철수 전 의원은 생애 네 번째 창당하는 정당명에 자기 이름 석 자를 넣어 '안철수신당'으로 하겠다고 한단다. 정당정치를 희화화하는 유례 없는 사건들이다. 의원들이 너도나도 제 살길 찾아 떠난 바른미래당에선 당 대표가 지도부 회의를 나 홀로 주재하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눈앞에서 이런 '웃픈' 광경이 펼쳐지는 것은 당연히 표 때문이다. 선거에서 정당들이 표심을 더 얻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변화를 꾀하는 것은 책무이고 필연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길 수만 있다면 아무것이나 다 해도 괜찮다는 논리까지 용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관건은 그런 노력과 시도가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지,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유권자의 수용성은 있는지 등이다. 이 기준으로 볼 때 정당들의 최근 움직임은 무척 실망스럽다. 정당은 계 모임이 아닐진대 별반 겉모습이 다르지가 않다. 계주 비슷한 유력 정치인을 축으로 이번 총선에서 어떻게든 곗돈을 타내려는 여러 의원과 세력이 좇는 형국이다. 과소대표되는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확대 등 새 선거제의 정신을 거슬러 민의를 왜곡하는 '위성정당' 꼼수가 제1야당의 주요 선거전략이라는 사실은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지향하는 가치로서 존폐와 운명이 갈려야 할 정당들이 허망하게 명멸하며 소위 '사회 이루기'보다 '무리 키우기'에 치중하는 듯 보이는 정치 공학은 과거 그대로다.

그래서인지 최근 지지 정당 없는 무당층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추세적인지 일시적인지 더 봐야겠으나 한 조사에선 무당층이 3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도니 실용이니 통합이니 하며 합종연횡 모색이 이어지는 데는 까닭이 있던 셈이다. 33% 수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보다 불과 1%포인트 낮고 한국당보다는 12%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집권 세력에 실망해 여당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당을 지지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 층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그렇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련만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고 정치에 등 돌리는 것도 모자라 조롱하고 야유하며 침까지 뱉으려는 시민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라면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에 양대 정당은 무한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름만 바꿨을 뿐 당 명맥을 유지해 온 민주, 한국당의 합산 지지율이 50%대라는 것도 위험 신호다. 한국정당들은 뿌리가 애초 약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시민들이 특정 정당에 귀속감을 느끼며 지지하는 정서를 갖는다는 정당일체감 약화 현상도 충분한 논거가 못 된다. 양당의 정치동원 실패, 시민들의 탈정치화와 정치혐오 심화 가능성을 거듭 깊이 우려한다. 언제까지 우리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을,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을, 독일의 기민당과 사민당을 부러워만 하며 평소 검증된 전통의 정당 대신 반짝 이슈를 보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는가. 또 언제까지 선거용 포말 정당과 날림 정책에 한숨 지어야 하는가. 현대 민주정치가 대의민주주의 기반의 정당정치임을 고려한다면 정당정치 벼리기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일 것이다. 4월 선거가 그것을 입증하는 심판의 장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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