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촛불집회 때 훼손, 철거
2019년 10월 새로 두개 제작해 설치
"최근 표지판 고정나사 훼손, 회수해"
"재설치 여부는 다시 고민해봐야 해"
담뱃불 등에 훼손된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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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길가에 서 있는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이 철거됐다가 슬그머니 다시 설치되고, 또 훼손돼 뜯겨 나갔다. 뜯긴 표지판의 재설치 여부를 놓고 또 지자체가 고민에 빠졌다. 표지판 하나를 두고 몇번이나 뜯고 붙이고를 반복하는 셈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서울 명동과 비슷한 번화가인 대구 중구 동성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태어난 생가가 있던 곳이다. 그래서 동성로 길가엔 생가터 자리를 표시한 2m 40㎝ 높이의 박근혜 표지판이 서 있었다.
지난 2016년 11월 대구 중구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에 설치된 표지판에 누군가 붉은색 라커칠을 한 모습. [뉴시스] |
하지만 촛불 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11월 누군가 이 표지판에 붉은색 라카칠을 했고, 이후 철거됐다. 당시 관할 지자체인 대구 중구청 측은 "(촛불 집회 분위기 등을 고려해) 다시 표지판을 만들어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했었다.
이렇게 사라졌던 박근혜 생가터 표지판이 슬그머니 다시 동성로에 등장한 건 3년만인 지난해 10월. 중구청이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라는 글자를 쓴 표지판을 다시 제작해 설치하면서다. 이번엔 표지판을 2개로 만들어 나눠 생가터 앞과 생가터 입구 쪽에 나눠 붙였다. 중구청 측이 밝힌 표지판 재설치 이유는 "생가터를 표시해 달라"는 보수단체와 일부 시민의 끈질긴 민원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 설치한 2개의 박근혜 생가터 표지판. 하지만 설치 후 이번엔 뜯으라는 민원이 구청에 이어졌다. 중구청 한 간부는 "왜 박근혜 표지판을 설치했느냐, 다시 뜯어내라, 세금을 왜 표지판 설치하는 것에 사용했느냐는 등의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사무실에 찾아와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재설치된 박근혜 생가터 표지판 2개 중 1개 훼손돼 철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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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이 이어지는 사이 최근 박근혜 생가터 표지판 2개 중 1개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름을 담뱃불 같은 무언가로 지진 흔적이 발견되더니, 결국 표지판의 고정 나사가 훼손된 채 표지판이 뜯겨 나간 것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누군가 고의로 표지판을 뜯기 위해 훼손했는지, 차량이 지나가면서 툭 쳐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안전상의 문제가 있어 일단 1개의 박근혜 생가터 표지판은 회수했다"고 했다. 이에 현재 동성로엔 1개의 표지판만 서 있다. 다시 중구청은 회수한 박근혜 생가터 표지판 재설치 여부를 고민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처럼 역대 대통령의 상징물이나 기념 장소는 이념 대립 장소로 자주 부각된다. 오는 10월 개관 예정인 박정희 전 대통령 역사자료관이 대표적이다.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생가 옆에 짓는 중인 박정희 전 대통령 역사자료관은 애초 건립 문제를 두고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 속에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역사자료관을 짓지 말아야 한다거나 ‘박정희’를 빼고 그냥 역사자료관으로 문을 열어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대통령 생가 인근 역사자료관 부지에 2011년 시민 성금으로 세워진 ‘박정희 대통령 동상’. [중앙포토] |
허만호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권 성향이 달라진다고 해서 역대 대통령 관련 시설의 관리 수준이 달라진다면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 가치관을 탄압하는 것"이라며 "정권 성향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일 같다"고 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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