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중국인 입국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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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65만명 가까이 동의하는 등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대중국 관계와 총선을 앞둔 국민 여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2일 “지난주만 해도 전면적 입국 금지보다는 자체 검역 강화에 대한 찬성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나흘새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세를 보여 2일 현재 15명으로 늘어나면서 중국인 입국 금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다음 달을 목표로 조율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란 빅 이벤트를 염두에 두고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를 계기로 2016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악화된 한·중 관계를 개선할 기회로 삼으려던 게 청와대의 구상이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차단을 이유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할 경우 한·중 관계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당장 싱하이밍(邢海明) 신임 주한 중국 대사는 1일 본지 차이나랩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국과의 여행ㆍ교역 제한을 반대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 규정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싱 대사는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중국인 입국 금지 조처에 대해 “중국 정부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에 제때에 관련 정보를 발표하고,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WHO도 높게 평가했다”며 “그런데 미국은 오히려 정반대의 방향으로 지나친 행동을 취했다. 다른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반발했다.
또 역대 정부에선 중국에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오히려 한국이 먼저 손을 내밀어 중국의 환영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2003년 당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에도 불구하고 외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방중을 결정했고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발생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가장 먼저 현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정부로선 현 상황에 대한 민심이 당장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월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신종 코로나 확산 세가 계속되고 자칫 사망자라도 발생할 경우 중국인 입국 금지 등 강경 대처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정부로선 역풍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는 특히 2003년 사스 사태를 뛰어넘는 확산속도를 보이고 있다. 당시 한국은 환자 4명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1명도 나오지 않았다.
타협책으로 중국인에 대한 전면적 입국 금지는 어렵더라도 특정 지역 국민을 일시적으로 입국 제한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처럼 2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들의 입국을 차단하는 방식 등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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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 제한 문제는 다른 여러 국가가 그런 조치를 일부 취하고 있어서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고, 국민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저희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과 관계부처 의견들을 듣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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