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우리 사회를 흔들었다.
2년이 지난 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두 번째로 영입한 원종건씨가 미투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머리를 숙였다.
'미투 운동 2년'의 현재다. 국회에는 미투 관련 법안이 쌓여만 갈 뿐이다.
물론 '업무상 위계·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의 징역형 상한을 최대 5년에서 7년으로 높이고 추행죄의 경우 최대 2년에서 3년으로 조정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법안 무덤'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투 입법 과제들이 남아있다.
3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된 형법 개정안은 총 163건이다. 이중 '미투 법안' 성격을 가진 성폭력 관련 법안은 30건이다.'비동의간음죄' 관련 법안(10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축소 법안(6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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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국회 맴돈 '비동의 간음죄'
현행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이 동반돼야 강간죄로 인정한다.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는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 강간죄로 인정하는 '최협의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해외 여러 국가들은 형법에 '비동의 간음'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은 이미 동의 유무를 성범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2016년 타인의 인식 가능한 의사에 반해 타인에게 성적행위 등을 하는 경우 이를 처벌하는 비동의간음죄를 신설했다.
스웨덴도 2018년 강간의 개념을 '타인과 비자발적으로 성행위한 경우'로 형법을 개정해 성관계 또는 성적 행위 여부에 동의 유무를 확인할 주의의무를 부과했다.
20대 국회도 폭행과 협박이라는 강간죄 구성 요건을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등으로 수정하려는 노력을 했다. 국회에 계류된 형법 개정안 중 10건은 비동의 간음죄, 즉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우선 2016년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 발의한 형법 개정안이 있다. '황주홍 안'은 강간죄 설립을 위한 폭행·협박의 정도를 낮추는 내용이다.
2018년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강간죄 성립의 구성요건을 폭행 ·협박의 정도에 따라 3 단계로 분화했다. 1 단계 '명백한 거부의사 표시에 반한 강간죄'는 1 년 이상의 유기징역, 2 단계 '협의의 폭행 ·협박으로 성립하는 강간죄'는 2 년 이상의 유기징역 , 3 단계 '최협의의 폭행 ·협박으로 성립하는 강간죄'는 4 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조항 등을 담았다.
◇미투 폭로해도 명예훼손…풀지 못한 숙제들
사실 적시 명예훼손 축소 법안은 피해자가 성폭행 사실을 외부에 알릴 때 가해자에 의한 명예훼손 고소를 막기 위한 장치다.
현행 형법 307조에 따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위법성 조각 사유에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지만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려도 최대 2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형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요건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추가된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문제 제기가 범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항이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사유에 '피해 당사자가 가해자의 범죄혐의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를 추가해 피해 사실 고발행위를 보호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밖에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관련 법안도 적잖다. 여성폭력방지법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데이트 폭력' 내용을 담았지만 법 위반시 처벌 정도, 구체적 피해자 구제 내용 등은 명시되지 않았다.
2017년 표창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데이트폭력 등 관계집착 폭력행위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은 계류 중이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데이트폭력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법사위 소위에서 논의를 멈췄다.
25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뮤지컬 관객들이 문화예술계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유효송 , 이세윤 인턴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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