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 30일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내리면서 두 금융그룹이 혼란에 빠졌다. 손태승 회장은 오는 3월 연임에 제동이 걸렸고, 함 부회장은 내년 3월 회장 도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당장 중징계 여파로 31일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 선정이 연기됐다. 이날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에선 이사들이 은행장 후보 선정 안건은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한 채 손 회장 중징계 대책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새 회장을 뽑을지, 금감원 징계에 불복해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으로 갈지 결정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새 회장 선정 절차에 들어가면 은행장 선정은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최근 DLF와 라임 사태 충격으로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 회장과 은행장을 모두 새로 뽑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금융 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행정소송으로 가는 것도 부담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작년 말 금감원 중징계 사전통보를 받았을 때만 해도 손 회장을 지지해 정면 돌파하자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최근엔 조직 불안을 감안해 징계를 받아들이자는 등 미묘한 기류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금융도 31일 자회사 KEB하나은행의 이름을 하나은행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외환은행 출신들이 반발하는 등 내부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 KEB는 외환은행을 뜻하며 지난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후 줄곧 이름으로 사용됐다. 하나금융은 금감원 중징계로 지배구조에 차질이 생겼는데 조직 화합 문제까지 터져 혼란이 커지고 있다.
최형석 기자(cogito@chosun.com);이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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