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지층 이탈·지지부진 보수통합으로 무당층 늘어난 듯
무당층 향배, 총선 최대변수 급부상…투표율 하락 우려도
[한국갤럽 제공] |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31일 나타나면서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4·15 총선 판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에게 정당 지지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무당층은 2주 전보다 6%포인트 늘어난 33%로 집계됐다.
통상 총선에 근접할수록 무당층이 줄어드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설 연휴 직후 이뤄진 첫 조사에서 '여당도, 야당도 다 싫다'는 무당층이 대폭 늘어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설을 지나면서 여야 모두에 비판적인 민심이 늘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무당층이 증가한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이탈과 지지부진한 중도·보수 통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우선 민주당 지지도 하락이 큰 요인으로 보인다. 민주당을 지지하다 돌아선 사람들이 다른 정당을 지지하지 않고 무당층으로 빠진 것"이라며 "바른미래당 등의 분열 이후 마음을 정하지 못해 무당층으로 이탈한 사람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보다 5%포인트 떨어진 34%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저치다. 다만 다른 정당 중 정의당만 지지도가 1%포인트 상승했고 나머지 정당은 하락해 민주당 지지층이 다른 정당 지지층으로 대거 옮겨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총선 영입인재 2호 원종건 씨가 데이트 폭력 논란에 휩싸여 인재 자격을 반납한 사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검찰과 여권의 갈등 등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1%포인트 하락한 21%로, 민주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 보수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고는 있으나 아직 결과가 안갯속이라 보수 성향의 무당층을 흡수하지 못한 모습이다.
'유승민계' 탈당 전 5% 이상이었던 바른미래당 지지도는 2%로 내려앉았고, 새로운보수당도 2%여서 바른미래당 일부 지지층은 분당 후 무당층으로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4 · 15 총선 (PG) |
'대규모 무당층' 추세가 계속될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며 "민주당이 다시 이탈한 지지층을 흡수하거나 정의당 혹은 새로운 중도 정당이 이 지지층을 가져갈 수 있고 보수 통합이 이뤄져 무당층 일부가 이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당 창당, 정계 개편 등으로 정당 구도가 정리되면 무당층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중도'가 활성화되면 줄어들 가능성도 있지만 큰 규모의 무당층은 총선까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현재 무당층 중 40∼50%는 정부에 비판적인 '은폐형 부동층', 30%는 민주당 이탈 지지층 등 '순수 부동층', 나머지는 아예 투표하지 않는 '기권형 부동층'"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어 은폐형 부동층과 순수 부동층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무당층 33%'라는 수치는 국민 3명 중 1명이 총선에서 어느 정당을 찍을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에, 무당층 마음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총선 판도는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영입인재 논란과 신종코로나 사태 등 각종 악재를 극복할 경우 떠나간 지지층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악재를 제대로 타개하지 못하거나 추가 악재가 겹치면 지지층 이탈은 더 가속할 수 있다.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권은 통합과 혁신에 성공하면 '샤이 보수' 성향의 무당층뿐 아니라 중도 성향의 무당층까지 끌어안아 지지도 상승효과를 볼 수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면 총선 결과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전 의원 등이 중도 세력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굳힌다면, 여당과 보수 야권 모두에 실망한 무당층을 상당 규모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느 세력도 무당층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경우 총선 투표율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정치가 자꾸 양극화하고 좌우 이념 편향이 심해지면서 갈등이 크다 보니 중도층이 많아진 것"이라며 "선거 때 무당파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면 선거 참여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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