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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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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4년 전 총선 때 여야의 `야심 찬` 공약, 지금 어떻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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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호 공약으로 전국 무료 와이파이 확대, 2호로 벤처창업 4대 강국 육성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29일에는 청년·신혼부부 주택 확대 공약을 발표했다. 자유한국당은 15일 탈원전 정책 폐기와 노동시장 개혁을 골자로 한 1호 공약을 발표했다.또 29일에는 검찰총장의 임기를 현행 2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는 검찰개혁 공약을 내놓았다. 두 당은 앞으로 총선까지 꾸준히 공약을 개발해 공약집을 완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과거 여러 선거에서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公約)이 실제로 이행이 안돼 공약(空約)이 된 경우가 많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당시 제1야당이었고 한국당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었다. 두 정당은 2016년 당시 낸 공약을 얼마나 지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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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20대 총선 정책 공약집(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20대 총선 정책공약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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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해경 관련 공약 이행

민주당이 주력한 공약은 전 정권의 정책을 수정하는 내용으로, 정권 교체를 통해 이행에 탄력이 붙었다. 대표적으로 소방청과 해경 관련 공약이다. 2016년 민주당 공약집에 따르면, 당시 국민안전처 소속으로 있었던 중앙소방본부를 소방청으로 격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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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6일 "행정자치부"는 국민안전처를 흡수·통합해 "행정안전부"로 이름을 바꿨다.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는 각각 행안부 소속 소방청과 해양수산부 소속의 해양경찰청으로 독립한다. 25일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마지막 상황보고를 받는 박인용 전 장관(위)과 26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첫 상황보고를 받는 김부겸 장관(아래).[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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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이 해체돼 소방 분야와 함께 국민안전처 산하로 통합된 것을 원상복귀하는 내용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소방청이 개청됐고, 같은 해 해경도 부활됐다.

박근혜정부 당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겪은 뒤 민주당은 2016년 역사 교과서 검정제 복귀를 공약했다. 이 역시 문재인정부 출범 3일 만에 국정교과서 폐 지 지시가 내려졌고, 검정 체제로 전환됐다.

2016년 총선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한 '경제민주화' 공약도 시행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다. 문재인정부 2년 차인 2018년 국민연금은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의미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발표했다. 그 결과 이듬해인 2019년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2대 주주 자격으로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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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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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2016년 연동형 선거제도 도입과 투표 가능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이는 3년 만인 지난해 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선거연령 인하로 어느 정도 이행됐다. 다만 민주당이 협상 과정에서 연동형 요소를 약화시키려 한 점은 공약 취지와는 배치된다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 1만원 불발

이행 과정에서 논란을 부른 공약도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1만원 공약으로, 2016년 민주당 공약집에는 정부와 공공기관 등 공공 분야 비정규직 9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고, 각 기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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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월12일 오전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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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부분 원도급 기관 소속이 아닌 자회사 출범 후 자회사 소속으로 옮기는 방식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면서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역시 논란 끝에 달성되지 못했다. 2016년 민주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고, 문재인정부 역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도보다 16.4%가 오른 7530원, 이듬해인 2019년에는 10.4% 오른 8350원으로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2020년도 최저임금은 2.9%만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됐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지켜지지 못한 셈이다.


4대강 보 해체·탈원전, 논란 불러

2016년 민주당은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대형보의 단계적 수문 개방과 보 해체 추진'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문재인정부는 4대강 정책감사를 시작으로 4대강 사업 이전 원상복구를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환경부는 4대강 조사평가단을 출범해 보 해체 논의를 시작했고, 일부 보에 대한 개방 실험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보의 물을 끌어다 쓰는 농가와의 마찰이 빚어지고, 4대강 사업의 효과를 놓고 공방이 이어지면서 환경부는 보 해체를 미뤄왔다. 보 해체 문제는 2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논의하는 걸로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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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된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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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역시 꾸준히 논란을 낳고 있다. 민주당은 2016년 '노후 원전 해체 산업' 및 '원전 재앙 없는 곳에서 살기' 공약을 내세웠다. 탈원전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추후 탈원전 정책 추진을 시사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첫해 신고리원전 5호와 6호 건설이 중단됐고, 이는 곧바로 논란과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결국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고 위원회는 원전 재개에 손을 들어줬다.


탄핵 정국 속에 흐지부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2016년 당시 여당으로서 공약을 제시했다. 새누리당의 공약집을 보면 경제특구 건설, 중소기업 지원 등 공약을 내세웠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캐치프라이즈로 내세운 '창조경제'가 새누리당 공약집에도 등장했다. 공약집에는 '창조경제에 대한 관심과 동참 활성화'라는 제목으로 창조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기업과 개인에게 포상을 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당시 창조경제와 관련한 사업들은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려 비판을 받았다. 결국 총선을 치른 뒤 1년간 국정농단 사태, 탄핵과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새누리당의 공약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이행 기회를 놓쳤다.


새누리 공약, 문정부서 일부 이행

공약에 담긴 정책 방향이 정권 교체 뒤 일부 시행된 경우도 있다. 새누리당 공약에는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제목으로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유도'가 담겼다. 이는 문재인정부에서 공공기관의 호봉제 폐지와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함에 따라 어느 정도 시행이 된 모양새가 됐다.

규제 철폐를 주장한 공약들도 현 정부에서 시행 단계에 이르고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성장동력 분야에 관련된 규제를 대폭 철폐하고 '규제프리존'을 만들자는 공약을 내세웠다. 현 정부는 이와 유사한 '규제 샌드박스' 정책을 시행했다.

새누리당이 진보적 정책을 공약해 현 정부 정책 기조와 맞아떨어진 경우도 있다. 새누리당은 2016년 공약에서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해 상가임대차계약 특례조항을 만들어 계약갱신요구를 5년에서 10년까지 할 수 있도록 약속했다. 2018년 계약갱신청구권을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긴 상가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됐다.

[우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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