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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브렉시트는 '안녕(adieu)'이 아닌 '또 보자(au revoir)'다."
29일(현지시간)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마지막 절차를 마무리한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 본회의장에는 눈물과 환호가 교차했다. 한국에는 '석별의 정'으로 알려진 이별할 때 부르는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이 울려퍼졌고 의원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부둥켜 안기도 했다. 유례 없는 영국과 EU의 결별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이날 오후 브뤼셀에서 EU탈퇴협정에 대한 본의회 표결을 진행, 찬성 621표, 반대 49표, 기권 13표의 압도적인 지지로 비준했다. 브렉시트의 마지막 절차였던 유럽의회 비준이 마무리됨에 따라 영국은 예정대로 31일 오후 11시(GMTㆍ그리니치표준시)를 기해 EU와 결별한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3년7개월 만이며 1973년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 이후 47년 만이다. 영국은 EU 첫 탈퇴국이 된다. 브렉시트가 단행되면 EU 각 기구에 걸렸던 영국 국기는 내려가고 비회원국으로서 외교 채널도 단절된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EU탈퇴협정 표결을 전후해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정치인인 데이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은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벌이다가 극우 인사의 총격에 사망한 조 콕스 전 영국 노동당 의원이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보다 단합시키는 것이 더 많다"고 말한 점을 언급했다. 이어 "당신(영국)이 EU를 떠나지만 항상 유럽의 일부일 것"이라면서 "안녕이라고 말하기 참 어렵다. 내가 '또 보자(arrivederci)'고 말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영국 노동당 소속 주드 키어턴-달링 의원은 눈물을 참으며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인 것 같다. 브렉시트는 우리 정체성의 근간을 공격한 무엇"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대부분의 유럽의회 의원들이 브렉시트에 대한 깊은 슬픔을 말하며 영국이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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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유럽의회에서 환호를 하던 이들도 있었다. 브렉시트 지지 세력을 대표하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는 활짝 웃으며 "이제 모두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EU를 향해 "비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반(反)민주적"이라면서 유권자들을 대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를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의장에 있던 브렉시트당 의원들은 작은 영국 국기(유니온잭)를 흔들며 '만세'를 외쳤고 다른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자 사솔리 의장이 패라지 대표를 질책하는 일도 있었다. 73명의 영국 유럽의회 의원들은 표결 후 유럽의회 내에 마련된 작별 행사장으로 향했다.
31일 브렉시트 이후 올해 말까지 이어지는 전환기간 동안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무역, 외교, 교통 등 다양한 분야를 놓고 미래 관계 협상을 진행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의회 표결에 앞서 이날 "우리는 항상 여러분을 사랑할 것이고 여러분은 결코 멀리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진행될 양측의 무역 협상과 관련 '공정한 경쟁의 장' 유지가 전제조건이라면서 "우리는 우리 기업들을 불공정한 경쟁에 노출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브렉시트가 "실패이자 교훈"이라면서 미래 관계 협상에서 EU가 영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표결이 이뤄지는 동안 존슨 총리는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브렉시트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하면서 "EU와의 위엄있는 결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이룬 놀라운 업적을 기리면서도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모든 이들의 감정을 고려하겠다면서 "(브렉시트는) 우리나라에 위대한 순간이자 희망과 기회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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