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며 “손학규 대표의 발언을 보며 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고 밝혔다. 이어 “실용·중도 정당이 만들어지면 불공정과 기득권도 혁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원히 사라진다 해도 거친 파도에 뛰어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현실을 “참담하다”라고도 표현했다. 또 “재건 기반을 만들지 못하고 내홍과 질곡 속에 갇혀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당이 됐다”며 “총선 예비후보자가 20명에 불과한 참담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안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손 대표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대화와 타협 없는 정치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요구사항만을 얘기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을 나가겠다는 태도는 정치인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27일 손 대표를 만나 “당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지만, 손 대표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 오너가 최고경영자(CEO)에게 해고 통보한 듯 한다”며 이를 거절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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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코어 1석…“장정숙 사례 참고”
안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면 바른미래당 소속 안철수계 의원 7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권은희ㆍ김수민ㆍ김삼화ㆍ김중로ㆍ신용현ㆍ이동섭ㆍ이태규 의원 등이다. 이중 지역구 의원은 권은희(광주 광산을) 의원뿐이다. 비례대표는 탈당 시 의원직을 잃기에 안철수계가 탈당해 신당에 참여하면 의석수는 1석이 된다. 민중당, 전진당에 이어 기호 11번을 받는다. 우리공화당(2석)보다 의석수는 적다.
안철수 신당이 7석(기호 6번)을 온전히 지키는 시나리오는 현재로선 ‘비례대표 제명’ 뿐이다. 스스로 나가는 탈당이 아니라 당 차원에서 내보내는 출당 조치일 경우, 의원직은 유지된다. 하지만 안 전 대표와 등 돌린 손 대표가 '비례대표 제명'을 할 가능성은 낮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과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과 민주평화당 창당 과정에서 비례대표였던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 등은 바른미래당 당적을 유지한 채 민주평화당 등으로 활동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특히 장정숙 의원은 당적만 바른미래당일 뿐 현재 대안신당 원내대표”라며 “(안철수계도) 당장 탈당하지 않고 신당에서 활동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동섭 의원은 “당장 오늘부터 신당 일원으로 활동하겠다”며 “신당에 합류할 중량감 있는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는 기로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9인의 바른미래당 당권파(김관영ㆍ김동철ㆍ김성식ㆍ박주선ㆍ이찬열ㆍ임재훈ㆍ주승용ㆍ채이배ㆍ최도자)도 기로에 섰다. 일부 의원은 “유승민계의 탈당이 연상된다”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 김동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안 전 대표에게 기대했는데 독선적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며 “갈등을 조정하는 노력 없이 단 하루 만에 탈당을 선언했다”고 했다. “손학규, 안철수 모두에게 실망했다”며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놓은 채이배 의원은 “(두 사람이) 양보하는 자세가 없어 아쉽다”고 했다.
현장풀)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왼쪽 세 번째)을 비롯한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오찬을 갖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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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부 당권파는 안철수 신당으로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당권파 의원은 “시급한 건 손 대표의 사퇴”라며 “안 전 대표가 행동으로 신뢰를 주면 힘을 합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통합은 여전히 安의 ‘선택지’
안 전 대표의 신당은 현재 반문비한(반문재인, 비자유한국당)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신당 창당 이후 야권 통합에 가세할 가능성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
이날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김영환 전 의원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과 만나 혁통위에 합류키로 했다. 문 전 위원은 안 전 대표 곁에서 국민의당ㆍ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을 지냈고, 김 전 의원은 2017년 대선 당시 안철수 선대위의 미디어본부장을 지냈다. 앞서 안 전 대표와 가까운 김근식 교수도 혁통위에 참여했다.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왼쪽부터), 김영환 전 의원, 김근식 경남대 교수(오른쪽)와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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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계로 불리던 인사들이 연이어 혁통위 문턱을 넘자 안 전 대표 측은 “안철수의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정치공학적 통합 논의에 참여할 생각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혁통위가 중도 색채를 강화하면 총선 직전 안철수 신당과 연대 등을 논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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