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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유럽의회가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정 비준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국은 아무도 밟지 않은 '새로운 길'에 들어서게 됐다. 40년 이상 몸담았던 유럽공동체 일원에서 떨어져나와 그야말로 스스로 모든 문제를 헤쳐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EU, 미국 등과의 무역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대대적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존슨 총리가 말한 '번영과 기회의 10년'을 현실화하기 위한 정책들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이후 불확실성 '여전'= 영국 정부는 오는 3월11일 브렉시트 이후 첫 예산안에서 공공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할 계획이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부 장관은 '포스트-브렉시트 예산안'에서 "지역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공공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부양책 카드는 브렉시트로 인한 3년간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방책이다. 인프라와 환경 부문 등에 자금을 투입해 영국 경제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마크 그레고리 EY 영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의 재정 투입과 관련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고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려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전환기간 시한인 올 연말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영국과 EU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게 된다는 데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영국 내에서는 소비재 물가나 인건비가 오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제조업체들의 경우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EU 출신 노동자들의 이동이 어려워져 영국 내 경영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브렉시트를 앞두고 자동차 제조업체 등이 잇따라 공장을 이전하기도 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영국과 EU의 무역합의가 전환기간 내에 마무리된다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크게 줄어들고 영국 경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점진적 전환기간을 거친다면 영국의 2020~2021년 GDP 증가율(1.4~1.5%)은 EU(1.3~1.4%)보다도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니크 멜리스 더프앤펠프스 상무이사는 "영국 정부가 유리한 규제 환경을 만들고 EU의 불필요한 규제로부터 독립한다면 다시 왕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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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 결별은 아직…EUㆍ美 무역협상 난관 = 이런 배경 때문에 영국은 EU와의 미래관계 협상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협상은 2월 준비단계를 거쳐 3월에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존슨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용 측면에서는 무역이, 형식 측면에서는 전환기간 연장 여부가 핵심이다.
EU는 무역 관련 단일 시장 내에서 거래되는 제품은 반드시 EU 규제를 따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규제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정은 두지 않고 상품에 대한 무관세, 무쿼터가 적용되는 무역 합의를 원한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지난 27일 영국과의 향후 무역협상에서 단일 시장 접근권을 두고 "(영국과의) 절충은 절대, 절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스티븐 바클레이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은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무관세, 무쿼터를 사수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영국은 단순히 EU 규칙의 수용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조만간 협상을 위한 목표와 우선순위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양측의 이견은 미국, 일본 등과 영국 간 무역 협상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이 연내 영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기대한다고 밝힌 가운데 규제 항목 등에서 각국 무역 협상 상황이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EU가 금지하는 미국의 식품안전 기준을 영국이 받아들인다면 EU에는 농산물을 수출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EU 측은 2022년까지 전환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해왔지만 존슨 총리는 이미 전환기간 연장을 불허하는 EU 탈퇴협정법에 서명해 배수진을 친 상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전환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만큼 이를 결정해야 할 6월 이전까지는 이 문제를 두고도 치열한 설전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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