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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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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시인 "히트 '만화영화' 작사하던 감성으로 시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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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시집 '하루는 쿠키와 아메리카노다' 출간

80여편의 짧은 시 수록

"시 통해 사람들 마음 맑아졌으면"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개구리 왕눈이’ ‘코난’ ‘호호아줌마’ ‘빨강머리 앤’. 1970~80년대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익숙한 이 만화영화의 가사는 한 사람의 감성에서 탄생했다. 방송 인생 50년, 등단 20년에 여섯 번째 단시집 ‘하루는 쿠키와 아메리카노다’(시와세계)를 최근 출간한 박준영(80)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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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박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맑아졌으면 좋겠다”며 “복잡한 인생사는 잠시 접어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를 접하라는 의미에서 일부러 짧은 ‘단시’들로 시집을 채웠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에는 ‘1부 가을겨울’ ‘2부 겨울봄’ ‘3부 봄여름’ ‘4부 여름겨울’로 나눠 80여편의 짧은 시를 실었다. 일상에서 스치는 각성을 비롯해 풀리지 않은 그리움, 일상에서 오는 답답함, 순수한 삶에서 느낀 단상 등을 자유롭게 그렸다. ‘새떼, 꽃바람, 그 들녘, 옛 얘기 끊어진’(‘고향’), ‘육신을 끌던 나를 거두지 못한 영혼하나/ 반의반도 태우지 못한 지문 같은 사랑하나’(‘청춘’) 등 단시들이 가득하다.

박 시인은 “최근의 시들은 복잡하고 어려워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더라”며 “쉽게 읽어보고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는 2행 혹은 4행짜리 단시들을 써봤다”고 설명했다.

제목은 수록된 시들과는 연관이 없다. 시집이 출간된 후 주변에서도 제목이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박 시인은 “한 마디로 엇박자, 허를 찌르기 위함이다”라며 웃었다.

“30년 전만해도 쿠키와 아메리카노가 없었다. 예전의 하루 한끼는 밥 한그릇과 국이었다. ‘하루는 쿠키와 아메리카노다’는 세태를 반영하면서도 화두를 던지는 제목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든 살아있는 생물은 아침에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한다. 하루를 여는 아침에 무엇을 먹고 어떤 하루를 보낼까를 곱씹어보자는 의미로 제목을 지어봤다.”

박 시인은 TBC 영화부장과 KBS TV본부장, KBS미디어 사장, 대구방송 사장,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국악방송 사장 등 방송 전문인으로 50년을 헌신한 방송계의 베테랑이다. 처음 방송사에 입사해 PD로 지내면서 38편에 달하는 히트 만화영화의 가사를 직접 쓰기도 했다.

“원래는 절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했었다. 깊은 밤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평생 남을 벌주고 살고 싶진 않더라(웃음).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너는 글을 쓰는 재주가 있구나’라는 말을 했던 게 불현듯 기억이 났다. TBC에 입사해서 만화영화 PD로 일하면서도 글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작사라도 멋지게 해보자’ 해서 쓰기 시작한 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첫 시집 ‘도장포엔 사랑이 보인다’를 낸 이후 수많은 시로 독자들을 만나왔다. 박 시인은 “시라는 건 한 분야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것”이라며 “책상이나 차안에 시집을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가볍게 들춰보며 생각에 잠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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