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대북(對北)제재 확산으로 북한의 보유외화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가치저장용도로 쓰이는 외화만 감소하는 단계로, 물가·환율은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한국은행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북한의 외화감소가 물가 변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거래용 외화의 움직임이 결정적인 요소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10~24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북한내 거래용 외화가 줄어들게 되면 초반에는 환율만 소폭 오르다 차후에는 물가도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이 28일 발간한 BOK경제연구 '달러라이제이션이 확산된 북한경제에서 보유외화 감소가 물가·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북 경제 제재로 인한 보유외화의 감소정도는 ▲가치저장용 외화 감소단계(1단계) ▲거래용 외화의 일부 감소단계(2단계) ▲거래용 외화의 대폭 감소단계(3단계)로 구분된다.
보고서는 시중에 달러가 감소하는 초기에는 가치저장용 외화를 거래용으로 사용해 경제 제재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14년 기준 북한의 거래용 외화는 10억~23억5000만달러, 가치저장용 외화는 20억1000만~42억8000만달러, 이를 모두 합한 외화는 30억1000만달러~66억3000만달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단계에서는 외화유입 감소를 가치저장용 외화를 활용해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거래용 외화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2단계부터 북한의 환율·물가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가치저장용 외화가 소진된 직후에는 환율이 소폭 상승하고 물가는 하락할 것으로 봤다. 결제수단으로써 북한원화에 대한 신뢰도가 유지되는 단계여서 북한 당국이 북한원화 통화량을 조절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래용 외화의 감소규모가 커 환율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3단계에 이르면 물가와 환율이 동시에 급등할 것으로 분석됐다.
문성민 한은 북한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가치저장용 외화를 상당규모 보유하고 있어 아직은 북한의 물가와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향후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거래용 외화까지 감소할 경우 환율, 물가가 급등하는 등 북한의 경제적 충격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