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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가 사실상 '총선용 명함'을 대거 유포한 것으로 파악돼 정치권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관련한 경력을 앞세워 총선 출마에 나선 인사들에 대한 시각이 야당은 물론이고 정부·여당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가운데 이 같은 사실이 실제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매일경제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10월 균형발전위원회 산하 국민소통특별위원은 당초 11명에서 350명으로 확대 개편됐고, 이 중 40명 남짓한 인원이 4·15 총선에 출마한다. 신임 위원들은 임명된 이후 단 한 차례의 회의나 지역 자문 행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인사를 주도했던 송재호 전 균형발전위원장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며 "국민소통특위를 진작에 일찍 구성하려 했는데 더불어민주당 공천에 영향을 미칠까 봐 출범을 늦췄다"며 "민주당 공관위의 경력 평가에 작년 8월까지 활동이 반영되기 때문에 10월에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활동이 없었던 점에 대해서는 "국민소통특별위원들 활동이 총선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되니 선거가 끝나고 활동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송 전 위원장 해명은 오히려 논란을 키운다는 지적도 많다. 뒤집어 말하면 상당수가 총선에 출마할 것을 당초 예상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총선을 앞두고, 1년에 불과한 특별위원 활동 기간 중 무려 절반(2019년 10월 1일~2020년 4월 15일)을 '휴지기'로 둘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고려했다는 소리다. 또 이들은 민간 영역 특별위원인 만큼 총선에서 실제 당선되면 사임해야 한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 직속'이란 간판만 활용하고 활동은 온전히 '공란'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 위촉 과정과 전체 위원 명단도 '깜깜이'다. 여타 위촉위원·전문위원 등 명단이 균발위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것과 달리 전혀 명단이 공개돼 있지 않다. 실제 활동을 위한 조직인지 의심스러운 대목도 있다. 국민소통특별위원은 350명에 달하는데, 이들을 담당하는 균발위 공무원은 3명에 불과하다.
위촉 과정에서 청와대로부터 특별위원 명단을 일부 전달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균발위 고위 관계자는 "내부에서 특별히 심사 과정을 거친 바 없고 최소한 요건만 충족하면 위촉된 것으로 안다"며 "마당발인 송 전 위원장 인맥과 청와대 협의 등을 통해 발탁과 위촉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송 전 위원장은 "대통령 직속 기구이다 보니 인사 사항은 청와대와 협의를 거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명문화된 위촉 기준도 없다. 박장원 균발위 언론담당관은 "소통특위는 전문성, 국민 소통 능력, 균형발전 정책 이해도 등을 기준으로 한다"고만 설명했다.
균발위가 사실상 '민주당 예비후보 출장소'로 기능하면서 '총선용 감투'를 남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지역구 세습 논란을 빚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문석균 씨,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 등도 특별위원으로 포함돼 위촉됐다. 문제는 야당 소속 총선 출마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국민소통특별위원뿐만이 아니다. 균발위는 지난해 7월 민간 전문위원도 확대했다. 기존 52명이던 인원을 72명으로 늘렸다. 이들 민간 전문위원 중에서도 15명이 민주당 예비후보로 총선에 나선다. 균발위는 앞서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선거 맞춤형 직책'을 배포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6·13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2018년 1월에 국민소통특별위원회 1기 위촉을 진행했다. '김기현 청탁 수사 의혹'의 중심에 선 송철호 울산시장도 지난 지방선거 기간 동안 균발위에서 당시 세칙에도 없던 '고문직'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최근 논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 직속 기구'라는 직함이 총선에 주는 프리미엄이 상당한 만큼 균발위의 '총선용 명함 찍어내기'는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뚜렷한 활동 내용도 없고, 회의도 하지 않는 국민소통특별위원들이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는 점을 내세워 '경력 많은 후보인 척' 유권자를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청와대 관련 직책은 당내 경선 과정 중 여론조사에서도 큰 반향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민주당은 내부 경선에서 '문재인 청와대' 이력 표기 여부를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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