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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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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비대위 전환하고 위원장 내가 맡겠다”···손학규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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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안철수 전 의원이 27일 국회 대표실에서 회동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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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7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나 당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또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의사를 손 대표에게 전달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손 대표와 귀국 후 처음으로 회동을 가졌다. 국회 바른미래당 대표실에서다. 안 전 대표는 약 40분간의 비공개 대화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려움에 처한 당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28일 의원단 오찬 전까지 고민해보고 답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어떤 요구에 대한 답인지는 “손 대표에게 물어봐달라”며 설명하지 않았다.

약 10분 뒤 당 대표실에서 나온 손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비대위 구성과 재신임 여부 등에 대한 전 당원 투표 등을 이야기 했다”며 “비대위를 누구에게 맡길 거냐고 했더니 ‘자기에게 맡겨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손 대표는 “예전에 유승민계에서 했던 얘기와 다른 부분이 거의 없다”며 “지도체제 개편을 해야 하는 이유나 구체적 방안이 없었고, 왜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고 했다. “(손 대표가) 물러나라는 이야기로 해석된다”는 취재진 질문엔 “글쎄요”라고만 했다.

안 전 대표 측은 둘의 회동 후 보도자료를 내고 손 대표에게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비대위 전환 ▶전 당원 투표에 의한 조기 전당대회 및 새 지도부 선출 ▶손 대표 에 대한 재신임 투표 실시다. 안 전 대표 측은 “비대위원장을 안 전 대표에게 맡기거나, 전 당원 투표로 부쳐서 당원들이 직접 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새 지도부 선출도 모든 당원이 참여하는 투표를 하면 의기소침해 있는 당원들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신임 투표 제안에 대해선 “손 대표가 재신임을 받으면 현 지도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가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날 안 전 대표의 손 대표 예방은 귀국 8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안 전 대표 측이 설날인 25일 손 대표에게 제안해 회동이 성사됐다고 한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당 대표실에 도착하자 꽃다발을 건네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환영합니다”라고 했고 안 전 대표는 웃으며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시종일관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약 6분간 공개 발언을 한 뒤 곧바로 비공개 대화로 이어졌다.

손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본가인 바른미래당에 인사를 하러 온 것에 감사한다”며 “대선이다, 서울시장 선거다 해서 안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가 줄어든 면이 있지만 저는 기대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또 “한편으론 걱정도 했는데 (안 전 대표가) 보수 통합에 ‘안 가겠다’는 말을 확실히 해서 안심했다”라고도 했다. 이날 바른미래당 대표실 배경 막에는 하얀 국화꽃 사진과 함께 ‘이념은 죽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최근 진영 정치에서 벗어날 것을 선언한 안 전 대표를 향한 구애의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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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안철수 전 의원이 27일 국회 대표실에서 회동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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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는 공개발언 말미에 안 전 대표의 오른손을 덥석 잡기도 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두 손을 모으고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한 채 발언을 들었다.

바른미래당의 상황을 두고서도 두 사람은 시각차를 보였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실용·중도 정당에 대해 말했는데,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이 중도개혁 실용 정당”이라며 “저와 당이 그동안 지향, 실천해온 것과 (안 전 대표의 방향이) 같다”고 말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당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대화하겠다”며 당이 위기라는 점을 콕 집어 얘기했다. 이날 손 대표는 약 5분간 발언했지만, 안 전 대표는 채 1분도 안 돼 공개 발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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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면담을 하러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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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어색한 기류가 흐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손 대표의 사퇴, 당권 문제를 놓고 두 사람 사이에 정리되지 않은 일들이 쌓여 있어서다. 앞서 안 전 대표 측 의원들은 손 대표에게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을 요구했다. 당에 복귀한 안 전 대표가 자연스럽게 당권을 잡도록 길을 터준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안 전 대표에게 전권을 주겠다”면서도 사퇴에 대해선 거절 의사를 밝혔다.

안 전 대표는 28일에는 바른미래당 의원 17명과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귀국 인사를 겸하는 자리라고는 하지만 전략적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 대표가 (비대위 제안에)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오찬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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