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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대법 “시효완성 했다고 연금청구권 전부 사라지는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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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유족연금, 월별 수급권으로 구성

구체적 수급권만 독립 소멸하지 않아

“이전 청구 시부터 역산 5년內 지급”

美서 재혼해도 상실 사유…상고 기각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복무 중 사망한 군인이 생전 부양하고 있던 유족들이 소멸시효 내에 유족연금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해서 연금수급권 전부를 잃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가장을 잃은 남은 가족에게 적절한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유족의 경제적 생활 안정과 복리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군인연금법상 유족연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유족연금 수급권 이전대상자 불가통보 처분 취소` 상고심에서 유족연금 청구권에 소멸시효를 엄격하게 적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데일리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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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 9월 공무 수행 중 사망한 육군 소령의 배우자 A씨와 아들 B씨는 각각 2006년 3월 재혼과 2009년 10월 성년을 이유로 유족연금 수급권을 상실했다. 이후 2016년 7월 망자가 된 군인의 부모는 손자인 B씨가 성년에 도달한 시점보다 6년여가 경과해서야 국군재정관리단에 유족연금 수급권 이전 청구를 제기했다. 하지만 군은 소멸시효 5년이 완성했다며 연금청구를 거부했고 군인의 부모는 불가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 연금청구 거부하려면…“월별 수급권 모두 시효 소멸해야”

옛 군인연금법은 군인 또는 군인이었던 사람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복무 중에 사망한 때에는 그 `유족`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유족이란 군인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해 부양되고 있던 배우자,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를 뜻하고 급여를 받을 유족의 순위는 재산상속 순위에 따른다. 다만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 재혼한 때와 자녀가 18세에 달한 때 등의 경우에는 유족연금 수급권을 상실한다. 이 경우 동순위자가 있을 때에는 그 동순위자에게, 동순위자가 없을 때에는 차순위자에게 그 권리가 이전한다고 정하고 있다.

1심은 “군인연금법상 각종 급여를 받을 권리는 원칙적으로 그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할 때에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된다”며 “유족연금의 경우 `그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날`이란 `당해 군인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복무 중에 사망한 때`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1심은 군인의 부모에게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역시 항소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1심과 2심 판단을 모두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구체적 유족연금수급권을 구성하는 월별 수급권의 변제기가 매달 도래해 월별 수급권 전부가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 이상 구체적 유족연금 수급권만이 독립하여 시효로 소멸할 여지는 없다”면서 “유족연금수급권 이전 청구를 한 2016년 7월께부터 거꾸로 계산해서 5년 이내에 발생한 월별 유족연금만은 지급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11년 넘게 `재혼 사실` 숨기고…123개월치 부정 수령

이와 함께 대법원은 미국인과의 재혼으로 유족연금 수급권을 상실했음에도 11년 넘게 123개월분 연금을 부정 수령한 A씨에 대해 환수처분을 내린 국군재정관리단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국내법에 따른 혼인신고 절차를 마치지 않아 군인연금법상 재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그 나라의 법이 정하는 방식에 따른 혼인절차를 마친 경우에는 혼인이 유효하게 성립하는 것이고 별도로 우리나라의 법에 따른 혼인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혼인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며 “혼인신고를 한다 해도 창설적 신고가 아니라 이미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에 관한 보고적 신고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2006년 3월 미국에서 미국 방식에 따른 혼인절차를 마쳐 재혼 효력이 발생했고, 이후로 A씨가 매달 지급받은 유족연금액은 환수처분 대상이 된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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