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로 설치된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배경막에 ‘이념은 죽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바른미래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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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은 죽었다’
22일 바른미래당은 당대표실에 걸린 배경막(백드롭)을 교체했다. 하얀색 국화 한 송이 사진 위에 ‘이념은 죽었다’는 문구가 적혔다. 바른미래당은 이례적으로 배경막을 교체한 사실을 보도자료로 알리면서 “양극단의 이념 정치를 끝내고 민생을 챙기는 실용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바른미래당의 비전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최근 복귀 일성으로 “실용적 중도정당”을 선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향한 ‘러브콜’로 풀이된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지난 2일 안 전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정계복귀를 선언한 직후 바른미래당 상징색인 민트색 바탕에 가운데 중(中)자를 사이에 두고 ‘개혁’, ‘중도’가 적힌 배경막을 내걸었다.
손 대표는 당을 둘러싼 중대한 정치적 고비가 생길 때마다 ‘소품 정치’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손 대표의 메시지가 가장 두드러지는 소품은 당대표실에 걸린 사진이다. 지금은 새로운보수당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 유승민계 의원들 사이에서 탈당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 손 대표는 자신을 가운데 두고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가 나란히 손을 잡은 사진, 연초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했던 의원연찬회 사진을 걸었다. ‘개혁보수’, ‘중도개혁’ 논란이 한창일 때 ‘손·안·유’ 체제로 당을 통합·혁신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바른미래당 당대표실 벽면에 걸린 사진에서 유승민·손학규·안철수 3인이 손을 맞잡고 있다. |바른미래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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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계 탈당이 기정사실이 되자 사진은 김동철·박주선·주승용 의원 등 호남 중진들과 함께 최고위 회의를 하는 사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촛불집회에 나선 손 대표의 사진으로 교체됐다.
안 전 대표의 정계복귀 선언, 귀국 일정 조율 등 안 전 대표의 복귀가 가시화되자 사진은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전 대표와 손 대표가 손을 잡고 들어올린 장면으로 바뀌었다. “안 전 대표의 귀국을 우리 바른미래당의 이름으로 열렬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안 전 대표를 향한 열렬한 러브콜이자, 안 전 대표의 당 리모델링 논의에 현 지도부의 지분이 보장돼야한다는 손 대표 측의 메시지로 읽힌다. 안 전 대표가 정계일선에서 물러난 후, 자중지란에 빠진 당을 여지껏 지켜왔다는 명분도 있다.
지난 9일 바른미래당 당대표 회의실 벽면에 걸린 사진에서 손학규·안철수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다. |바른미래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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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의 소품 정치는 바른미래당의 난맥상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 대표가 건 사진 속 인물들은 상당 수 손 대표와 원만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당을 떠나거나, 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만남을 미루고 있다. 악수, 화합, 미소, 움켜쥔 손으로 표현된 사진이 실은 대화 단절, 이별, 불신으로 점철된 당 상황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지난 19일 귀국한 안 전 대표 역시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묘역에 참배하고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을 잇따라 만났지만 아직 손 대표와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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