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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묵 혜자 큰스님 "하고픈 일, 가고픈 곳 집착하면 불행…현재서 행복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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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람들은 자꾸만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에만 초점을 맞춰요. 그래서 불행한 겁니다. 사실 최상의 것은 지금 내가 존재하는 이 자리에 있어요. 내가 있는 이곳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서울 노원구 수락산에 있는 도안사 회주이자 군종교구장인 선묵 혜자 큰스님(68)은 생활 속 도를 강조했다. 스님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의 주체자가 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설한다. 스님은 법구경 쌍요품 귀절을 가지고 설명한다.

"수레가 지나가면 바퀴자국이 남듯이 마음이 지나간 자리에도 자국이 남습니다. 악(惡)한 마음이 지나간 자리에는 죄와 고통이 따르고, 선(善)이 지나간 자리에는 복과 즐거움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죠."

스님은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데 명상만 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명상은 현재에 집중하는 일입니다. 현재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지나간 과거 일에 대한 집착과 부담,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필요한 상상을 줄여줍니다. 모든 에너지가 현재에 집중하게끔 만들어줍니다. 마음이 고요하면 마음의 병은 사라집니다."

열세 살 때 삼각산 도선사로 출가해 청담 스님 제자가 된 혜자 스님은 55년 수행 생활의 근본에 청담 스님의 가르침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청담 스님은 세상 누구를 만나도 빈부귀천을 따지는 법이 없었습니다. 수행자라면 마땅히 하심(下心·자신을 낮추는 것)하여야 한다며 신도들에게 넓은 사랑을 베푸셨습니다. 항상 '남을 위해 살면 보살이 되고, 자기를 위해 살면 중생밖에 안 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혜자 스님은 조계종 종단에서 가장 특수한 교구인 군종특별교구장을 맡고 있다. 군에 소속된 15만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법을 전하고, 불자가 아닌 군인들에게는 포교를 하는 교구다.

"군종교구는 전국에 400개 군법당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군법당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정신적 평화와 내적 영양을 공급하는 일을 합니다. 장병들은 매주 각 부대 군법당을 찾아 지친 몸을 달래고 마음의 평안을 얻고 있습니다. 사실 군종교구는 청년 포교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이들이 원하는 힐링을 제공하고, 부처님의 법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최근 논산훈련소 호국연무사에서 군장병을 대상으로 십선계(十善戒) 수계법회를 봉행했다. 젊은 군인들에게 하지 말하야 할 것들을 정한 오계(五戒) 대신 꼭 해야 할 착한 행동 열 가지를 설한 것이다.

"사실 젊은 장병들에게 술을 금하는 '불음주(不飮酒)'와 같은 계율을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금지하는 오계 대신 해야 하는 십선계를 내린 것입니다. 좋은 말을 하고, 헛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중생을 사랑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스님은 산중 작은 암자였던 수락산 도안사를 40여 년간 중창해 오늘에 이르게 했다.

"1978년에 처음 주지로 부임했어요. 대웅전과 설법전을 중창하고 미타전 산신각 요사 석가모니불 입상 등을 세워 사격(寺格)을 갖추었고 2016년 전통 사찰로 지정됐습니다. 지정문화재인 은선묘아미타삼존도를 비롯해 지공화상진영도, 해태석사자상 등이 있어요."

스님은 108 산사순례기도회도 이끌고 있다. 순례단을 이끌고 전국 108개 사찰을 돌며 평화를 기원했고 지금은 53개 기도도량 순례를 하고 있다.

수행자로 살면서도 늘 중요한 소임을 맡아 바쁘게 지내는 스님은 "소임과 수행은 따로 있지 않다"고 말한다.

"소임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을 공경하면서 '나'라는 아상(我相)을 내려놓고 다시 태어나는 일 입니다. 걷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는 모든 순간에 깨어 있으라는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이라는 가르침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작은 소임 하나에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모여 법력이 되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끝내며 스님은 한국 불교 미래에 대한 고언도 잊지 않았다.

"한국 불교는 21세기 과학문명에 걸맞은 종교로 거듭나야 합니다. 교리 체계와 수행 체계를 현대화해야 하고 스님들 법문도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합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중의 마음을 읽고 그들에게 올바른 가치와 방법론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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