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가 국산 둔갑…원산지 표시 위반 4700건 적발

농관원, 작년 위반 업체 4000곳 형사입건·과태료 조치

배추김치·돼지고기 등 위반 많아…일반음식점 절반 이상

지난해 11월 한 김장나누기 행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김장 김치를 담그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중국산 배추김치를 국산이라고 속여 팔거나 아예 원산지를 적어놓지 않고 판매하는 등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업체 4000여곳이 무더기 적발됐다. 위반 업체에 대해서는 형사 입건이나 과태료 부과 등 제재 조치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지난해 원산지 표시 대상 27만5000곳을 조사한 결과 4004곳에서 원산지를 거짓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은 사례 4722건을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원산지를 거짓표시 한 2396곳(2806건)은 관련자를 형사 처벌하고 원산지 미표시와 표시방법을 위반한 1608곳(1916건)은 과태료 4억3900만원을 부과했다.

원산지 표시 위반 업체수는 전년대비 2.2% 증가했다. 위반 물량이 1t 또는 1000만원 이상인 대형 위반업체는 521개에서 527개로 1.2% 늘었다.

위반 품목은 배추김치가 23.4%(1105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돼지고기가 20.6%, 콩 11.1%, 쇠고기 10.9%, 닭고기 4.4% 등 순이다. 위반 업종은 일반음식점이 절반 이상인 58.4%(2340개)를 차지했다. 이어 식육판매업(9%), 가공업체(7%), 집단급식·통신판매(각 3%) 등 순으로 많았다.

위반 유형별로 보면 중국산을 국산으로 거짓 표시해 적발된 경우가 33.1%(929건)로 가장 많았다. 미국산을 국산으로 속인 경우도 12.4%(349건)를 차지했고 캐나다(2.5%), 멕시코(2.1%) 농식품을 국산으로 거짓 표시한 경우도 적발됐다.

농관원은 원산지 표시 위반 형태가 조직·지능화함에 따라 디지털포렌식과 원산지검정법 등 과학 단속 기법을 활용해 특별사법경찰관의 단속과 수사 역량을 강화했다. 디지털포렌식이란 PC나 노트북, 휴대폰 등 전자장비의 담긴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증거를 얻는 기법이다.

지난해 6월 디지털포렌식 수도권지원센터를 세워 서울·경기·강원·충북지역 원산지표시 위반 수사를 강화했다. 디지털포렌식 압수 건수는 2017년 1건에서 2018년 13건, 지난해 33건으로 증가 추세다. 돼지고기 이화학 검정법과 냉동 고춧가루 판별법으로 단속 실효성도 높였다.

원산지 표시 위반 개연성이 높은 품목은 ‘경보·주의·관심’ 3단계의 부정유통 조기경보 서비스를 매달 제공했다. 업종·품목별 원산지 단속 실적을 분석·평가해 단속에도 활용했다.

농관원 관계자는 “올해 단속 수사와 병행해 사업자·판매자들이 정확하고 쉽게 원산지를 표시토록 사전 지도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농식품 구입 시 원산지를 확인하고 원산지가 표시되지 않았거나 의심될 경우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2019년 원산지 표시 적발 실적.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