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佛디지털세 유예 받아낸 트럼프…무역협상 승승장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과 벌이고 있는 통상 전쟁에서 잇달아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지난 15일 류허 중국 부총리를 백악관으로 불러 중국과 1단계 무역협상 서명식을 한 뒤 나흘 만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는 프랑스 측 디지털세 부과 조치를 1년 유예하는 합의를 성사시켰다. 여기에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지난 16일 미국 의회 비준을 마치는 등 새해 벽두부터 슈퍼 무역협상에서 속속 결실을 맺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과 디지털세와 관련해 좋은 토론을 했다. 우리는 모든 관세 인상을 피한다는 합의를 바탕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정부는 양국 정상이 디지털세 관련 협상을 올해 말까지 계속할 것임을 알리며 이 기간에 관세 인상을 유예한다고 공개했다. 올해 첫 부과가 예정된 디지털세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프랑스가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자국 정보기술(IT) 대기업을 겨냥해 연간 매출 3%에 달하는 디지털세를 세계 최초로 부과하려 하자 24억달러(약 2조8000억원) 상당 프랑스산 와인, 치즈 등 63종에 최고 100%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맞서 프랑스는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유럽연합(EU)이 보복에 나설 것이라며 강대강 대응 기조를 천명했다.

이후 최근까지 양국은 물밑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 19일 정상 간 통화로 올해 말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디지털세에 관한 국제조세 원칙과 세부 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도 20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디지털세에 대해 성공적인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합의했음을 공식 확인했다.

양국 간 합의는 프랑스에 이어 올해 디지털세 시행에 들어간 이탈리아를 비롯해 연내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인 영국 등 다른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영국과 이탈리아가 서로의 계획을 중단할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국가와도 유사한 대화를 전개할 것"이라며 "만약 중단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국과 이탈리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최초로 지난해 7월 디지털세를 발효한 프랑스가 OECD라는 다자적 틀에서 과세 설계를 다시 진행하기로 한 만큼 이들 국가도 OECD 논의 상황을 봐가며 자국 디지털세 설계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 정부의 디지털세는 전 세계 매출이 7억5000만유로(약 9940억원) 이상이면서 프랑스 내에서 2500만유로(약 330억원) 이상 매출을 거둔 글로벌 IT 기업들에 대해 연간 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시장경제에 최초로 적용된 사례여서 주요국 정부는 물론 글로벌 IT 기업들도 실제 과세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프랑스 정부가 '전 세계 매출 7억5000만유로·프랑스 매출 2500만유로'라는 자의적 설정으로 프랑스와 유럽, 다른 아시아 IT 기업들은 최소화한 채 미국 기업들에만 무더기로 과세하려 한다며 반대해 왔다. USTR는 지난달 공개한 프랑스 디지털서비스 과세 관련 보고서에서 "프랑스 디지털세가 지금 기준으로 적용되면 과세 범위에 들어가는 27개 기업 중 17개(63%)가 미국 기업"이라고 밝혔다. USTR 자체 조사에 따르면 알파벳(구글·유튜브), 아마존·이베이(전자상거래), 페이스북·트위터(소셜미디어), 애플(애플뮤직), 에어비앤비(숙박)·익스피디아·부킹스닷컴(여행), 매치그룹(데이팅 애플리케이션) 등 17개 미국 기업이 과세 기업으로 포획되는 반면 프랑스 토종 기업은 크리테오(광고서비스) 단 한 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프랑스 디지털세 소급 시점을 두고도 현저히 부당한 설계라고 반박해 왔다. 프랑스는 지난해 7월 모든 입법 절차를 완료하고 디지털세 법안을 공식 발효하면서 과세가 이뤄지는 시점을 이보다 6개월 앞선 2019년 1월부터 발생한 매출로 소급 적용했다. 이를 두고 미국은 세수 확보에 목을 맨 프랑스 정부가 무리하게 새 법령을 발효하면서 얼토당토않은 소급을 단행했다고 비판해 왔다.

[이재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