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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우리 군은 호르무즈해협에 파병을 결정한 이유로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손꼽았다. 이를 위해 중동지역 안정을 찾을때까지 한시적으로 파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국제공항에서 숨진 이후 우리 국민의 안전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라크에는 지난해 12월29일 기준 우리 국민 1600여명이, 이란에는 290여명, 이스라엘 700여명, 레바논 150여명이 체류 중이다. 이들이 위험해질 경우 중동지역의 파병부대 투입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중요한 원유 수송로 평가받는 곳이다. 그 중 가장 좁은 구간은 국제법상 이란의 영해에 속한다. 이란산 원유는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 이후인 지난해 4월부터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수입 원유 비중은 사우디아라비아가 28.2%로 가장 많고, 쿠웨이트 14.1%, 미국 12.7%, 이라크 10.9%, 아랍에미리트(UAE) 7.8% 순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 산유국들은 전 세계 수요량의 30%에 달하는 원유 중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보낸다.
호르무즈 해협 안팎에서는 지난해 5월 초 미군의 항공모함 전단, 폭격기 편대 증파를 시작으로 유조선 4척 피습(5월12일)에 이어 유조선 2척 피습(6월12일), 미군 무인정찰기 격추(6월20일), 이란의 유조선 억류(7월14일) 등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걸프 해역의 유조선을 공격대상으로 삼아 '유조선 전쟁'으로 불렸던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중반의 위기 이후 분위기처럼 험악해졌다는 분석이다.
1984년 이라크의 이란 원유수출항 하르그섬 공격으로 촉발된 '유조선 전쟁'으로 이란과 이라크는 상대방에서 생산된 원유를 실어 나르는 제3국의 상선까지 공격했다. 당시 이라크의 선제공격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맞섰으나 미국이 직접 군사 개입하겠다고 위협해 실제 봉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날 때까지 4년여간 주로 이라크의 공격으로 걸프 해상에서 유조선 등 상선 540여대가 공격받았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를 우려해 미국은 지난해 5월 이란이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한 뒤부터 이란혁명수비군의 테러조직 지정, 이란 원유 수입 금지의 예외조치 중단 등 제재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이란을 향한 군사적 압박까지 가하는 모양새다.
이란은 미국이 이달초 이란의 원유수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8개국에 대해 예외조치 적용을 중단하자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를 수출하는 해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란은 2018년 11월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는 제재를 복원했을 때도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거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제1 작전해역'으로 구획할 만큼 이곳에 대한 군사적 통제권을 이란이 보유했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알리 파다비 부사령관은 "미국 배가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으로 진입할 때마다 지옥에 온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이란 외무부는 최근 주(駐)이란 한국 대사를 초치(招致)해 "이란산 원유ㆍ초경질유 수입 대금(7조원 상당)을 내놓으라"고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이란과의 갈등은 호르무즈 파병 문제까지 겹쳐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유엔 총회 연설에서 "(호르무즈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면 항해와 석유 유통 관련 안보가 더 위험해진다"면서 미국 등 각국의 호르무즈 파병에 반대했다.
군은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은 아덴만에서 호르무즈해협까지는 직선거리로 1800㎞ 정도로, 사흘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라며 "우리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생길 경우 모든 경우의 수를 가정해 다각적인 검토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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