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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허인 KB국민은행장, AI전산시스템 도입…신남방국가 공략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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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금융권 새 사령탑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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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신용은행 출신이라는 '비주류'의 벽을 깨고 KB국민은행장이 된 이후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허인 행장은 올해 글로벌과 디지털을 양대 화두로 삼았다. 초저금리 등 수익성 악화 속에서 이 같은 화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신년사를 통해 강조했다.

허 행장은 "모두가 손을 맞잡고 다가올 어려움을 극복하며 지속 가능한 KB국민은행의 초석을 굳건히 다져 나가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작년을 돌아보며 "지속 가능한 KB를 위해 원칙과 기본에 입각한 성장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며 "비록 그 과정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지만 더 강한 은행이 되기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언급했다.

허 행장은 "앞으로 수년간 은행업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은행업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할 만큼 근본적인 혁신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가 추구할 혁신의 근본을 실패를 두려워 않는 '도전정신'과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도(正道)영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국민은행의 신년 목표로 '고객과 직원 중심의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디지털 KB'라고 정의했다. 허 행장은 이를 위해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KB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디지털 혁신 성과 창출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성장 모멘텀 확보 △건강한 KB를 위한 현장 리더십 강화 등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지점장 등 현장 리더들의 솔선수범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경영 목표가 직원들의 공감을 얻어 개개인의 각오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윗사람들의 솔선수범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점장들이 진정한 '지점의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첫 1960년대생 행장인 그는 은행 상징이었던 유니폼, 나이와 기수 문화, 업무에 방해되는 회의나 보고 등을 없앤 '파격의 아이콘'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이 솔선수범하며 은행권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깨는 데 주력해왔다. 작년에 알뜰폰 브랜드인 '리브M'을 출시하는 등 업종 간 경계도 허물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허 행장은 작년 11월 초 주주총회를 통해 오는 11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그는 연임에 성공하자마자 캄보디아로 날아가 초대형 인수·합병(M&A)을 주도했다. 캄보디아 최대 소액대출회사인 '프라삭'을 7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향후 지분 인수를 통해 M&A 규모는 1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M&A를 통해 그는 국민은행의 약점 중 하나인 글로벌 사업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행장은 " '신남방 국가(아세안 10개국+인도)'는 국민은행이 영업력을 확대해야 할 중점 지역"이라며 "올해는 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3곳에 지점·현지법인·사무소 형태로 국내외 직원 583명을 거느리고 있다. 2017년 6월 말 기준 이들 신남방 국가에서 자산이 4000억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7764억원으로 2년 새 100% 가까이 증가했다. 허 행장은 이들 신남방 국가에서 최소 1조원으로 자산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해외 사업의 경우 선진국은 투자금융(IB), 신남방 국가는 소액금융(마이크로파이낸싱) 등 개별 국가에 맞는 사업을 찾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허 행장은 국내에서는 디지털 사업을 강조할 예정이다. 다음달 차세대 전산 '더 케이(The K) 프로젝트'를 영업점에 접목해 시험 가동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이 프로젝트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해 혁신적인 정보기술(IT)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고 미래형 전산 시스템을 도입해 각종 마케팅 과정과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을 뜻한다. 정식 론칭은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다.

그는 "더 K 프로젝트는 국민은행에 AI·블록체인·클라우드·데이터·디지털 생태계 등을 모두 새로 주입하는 작업"이라며 "쉽게 말해 디지털 혁신을 통해 불필요한 업무는 최소화되고, 쉽고 빠르게 업무 프로세스가 개선되며, 디지털화를 통해 고객 편의성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가 영업점에 적용되면 고객들은 대출 신청 시 서류 제출이 간편해진다. 고객이 소득증빙서류 등을 영업점에 제출하지 않아도 국민은행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 '스타뱅킹'을 통해 영업점 대출심사 시스템에 자동 입력되는 식이어서 집과 은행을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된다. 허 행장은 이 프로젝트가 도입되면 고객뿐 아니라 국민은행 직원들도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창의적 업무에 시간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허 행장의 이 같은 혁신은 그의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왔다. 그는 옛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외환위기 당시 회사가 합병되면서 국민은행에 합류했다. 기업금융 실무는 물론 여신심사와 경영기획 부문도 경험하면서 은행 본연의 업무였던 기관 영업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2018년 10월 국민은행이 서울 광진구 1금고와 노원구 1~2금고 운영권을 따낸 것이 그 성과다. 국민은행이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1금고 운영권을 획득한 것은 처음이었다.

허 행장은 지난해 10월 서울 교대역 인근에 무인점포를 개설하기도 했는데 이를 올해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는 "디지털 전환에는 많은 인력과 돈이 필요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2025년까지 디지털 전환에 2조원을 투입하고 디지털 인재 4000명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고 덧붙였다.

▶▶ He is…

△1961년 경상남도 진주 출생 △대구고, 서울대 법학과 △서울대 법과대학원 석사 △1988년 한국장기신용은행 입사 △2005년 KB국민은행 동부기업금융지점 지점장 △2008년 KB국민은행 신림남부지점 지점장 △2012년 KB국민은행 삼성타운기업금융지점 수석지점장 △2013년 KB국민은행 여신심사본부 상무 △2014년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 △2016년 KB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2017년 11월~ 현재 KB국민은행 은행장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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