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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매경춘추] 거울과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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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 중견기업 A대표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책상에 거울을 두고 있다. 거울을 자주 보면서 얼굴 표정을 통해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점검한다. 정신 없이 일에 치여서 스트레스가 커질 때 거울에 그 모습이 반영된다. 그럼 의도적으로 얼굴에 긴장을 풀고 일부러 밝은 표정도 짓고 큰소리로 웃기도 한다. 믿거나 말거나 회사 직원들에게도 거울을 나눠주면서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더니 직원들도 따라하면서 회사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한다. 가끔 지인들에게 거울을 선물하기도 해서 필자의 연구실에도 그에게 받은 거울이 있다.

거울을 보는 것은 나를 보는 것이다. 거울을 보는 행위는 자아가 발달해야만 가능하다. 진화의 산물이다. 침팬지나 앵무새에 대한 동물학자들의 거울 실험이 종종 TV에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초보 수준이다. 거울을 통해 비추는 나의 모습은 외면만이 아니다. 내면의 모습도 보게 된다. A대표도 거울을 통해 내면의 감정적 변화를 들여다보고 싶었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구글에서는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Search Inside Yourself(SIY)'는 명상기법을 개발해 전 직원에게 교육시킨다고 한다. 포털기업답게 검색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명상을 '내면을 검색'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후 실리콘밸리에 명상이 유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직원 교육에 공식적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포함시키는 한국 기업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명상은 선이나 기와 같은 개념으로 동양에서 오랜 기간 전해 내려오던 것인데, 서양의 뇌과학을 만나 꽃피우고 있다.

특히 마음챙김 명상은 의사였던 존 카밧진 교수에 의해 환자들의 심리치료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개발됐던 것인데 다양한 실증 연구를 통해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 창의성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마음챙김 명상이 퍼져 있다. 재미있게도 명상의 본산지였던 불교에서도 마음챙김 명상 기법을 받아들이고 있다.

오랜 기간 명상 훈련을 해왔던 필자는 거울을 나눠주는 A대표만큼이나 명상의 효과를 전파하고 있다. 거울이나 명상 모두 내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스스로 내면의 나를 볼 수 있는 힘. 이것을 심리학자들은 메타인지 능력이라고 부른다. 한 걸음 물러나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은 복잡다단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다. 특히 리더에게 필수적인 역량이다. 인공지능이 더 발달하면 거울만 봐도 우리의 내면 의식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유규창 한양대 경영대학장·경영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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