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2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열사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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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계복귀 이튿날인 20일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섰다. 안 전 대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영원한 화합과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과정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해주시는 많은 분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많이 서운하셨을 것 같다”며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2018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에 대한 사과라는 게 안 전 대표 측 설명이다.
안 전 대표의 광주행은 호남 민심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가 2018년 보수정당인 바른정당과 합당하면서 호남 민심을 잃었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호남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 28석 중 23석을 국민의당에 몰아주며 제3당을 만들어 준 안 전 대표의 정치적 근거지였다. 이 때문에 호남 민심이 돌아서는 건 안 전 대표에게는 아픈 대목이다.
실제로 이날 광주 분위기는 2016년 ‘국민의당 돌풍’ 때와는 사뭇 달랐다. 5ㆍ18 민주묘지 입구에는 ‘광주정신 실천 없는 묘역참배를 반대합니다’ 등의 현수막이 붙었다. 호남 기반 군소정당에서도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장정숙 대안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우리는 안철수 정치의 최종 선택을 보수 영남으로의 퇴행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했고,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광주 시민들이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겠느냐”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그럼에도 대안신당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노선과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선이 맞다면 많은 분의 힘을 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호남 민심이 상당 부분 돌아선 상황에서 독자 세력화에 나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수통합 논의를 이끌고 있는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4년 전 국민의당이 호남 지역구를 석권했지만, 그런 기반들이 (이젠)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영남ㆍ호남이 각각 여야 거대 정당에 대한 지지층이 견고해졌다”고 말했다.
4.15 총선을 86일 앞둔 2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현충탑 참배를 마친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9월 독일로 출국, 1년 4개월여만인 지난 1월 1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정치 복귀를 알렸다.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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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대표는 보수통합과 관련해선 기본적으로 “실용적 중도 정당을 만들겠다”고 한 전날(19일)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 전 대표는 전남 여수에서 장인 묘소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국민만 만나겠다. 선거와 관련한 분들께 관심이 없다”고 했다. 다만 미묘한 변화 기류도 감지됐다. 안 전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서울 현충원에서 혁통위 참여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민국이 나아가는 걸 보고 국민 여러분에게 뜻을 구하겠다”고 했다. 여지를 두는 듯한 발언이다.
안 전 대표는 21일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난다. 복귀 후 처음 만나는 외부인사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박근혜 정권의 탄핵이 '부패한 보수가 무능했다'는 것을 입증했다면, 조국 사태는 '무능한 진보가 부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정부·여당을 비판한 인물이란 점에서 이번 회동이 눈길을 끈다. 안 전 대표 측은 “김 전 위원장은 정부·여당의 불공정 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며 “‘제 식구 감싸기’로 자정 능력을 잃어버린 일부 시민단체에 자성을 촉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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