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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시각]국민건강을 위해선 뭐든 다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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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쥴 랩스가 한국 사업부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8개월 만이다.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인 쥴이 국내에 상륙하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담배업계는 물론, 보건당국까지 잔뜩 긴장하게 했지만,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하고 끝난 셈이다.

쥴 랩스는 한국 사업의 구조조정 이유로 ‘글로벌 차원의 조직개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쥴 랩스는 미국 본사도 500여명의 인원 감축과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한국시장은 이 시장만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판매 실적이 본사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쥴의 국내 판매 부진 배경에는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사실 보건당국의 강력한 제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자 중 ‘중증 폐질환 환자’가 발생하며 쥴이 유해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초기 빠른 속도로 확대됐던 쥴의 판매량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같은해 10월에는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권고하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쥴의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이 쥴의 액상형 카트리지에 대한 발주를 안 하거나 아예 판매를 중단했다. 안 그래도 미국에서 시작된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으로 매출의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판매처까지 줄어든 것이다. 연말 전용기기를 1만원 할인하는 파격 행사를 진행했지만, 꺼진 수요를 다시 살릴 수는 없었다.

사실 쥴은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 중단을 권고한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에 대해 낙관하고 있었다. 쥴 제품에선 미국 질병예방센터(CDC)가 중증 폐질환의 원인으로 지목한 대마 유해 성분 THC가 검출되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대마 사용이 불법이다 보니 THC를 원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에 정부의 액상형 담배 유해성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일련의 문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정부의 연구 결과 발표 후 쥴 랩스 내부적으로는 더 아연실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THC는 검출되지 않았지만, THC 기화를 위해 첨가하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 성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쥴 제품에서 나온 비타민E 아세테이트 농도는 0.8ppm이다. 미국 보건당국이 검출한 23~88%(23만~88만ppm)에 비하면 매우 소량이다. 특히 보건당국이 액상형 제품의 주 성분인 프로필렌글리콜(PG)과 글리세린(VG)의 유해 가능성까지 언급하자 쥴 랩스는 한국 사업의 전망을 어둡게 본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쥴을 지켜보는 일은 사실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필자는 쥴 랩스의 주주도 아니거니와, 심지어 쥴이 한국에 진출할 때 우리 아이들의 흡연율이 높아질까 전전긍긍했던 사람들 중 하나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고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정부의 까다로운 규제로 좌절하는 것은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정부 규제 때문에 ‘기업을 경영하기 힘든 나라’로 낙인이 되면 그 후폭풍은 더 나은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소외될 수 있는 미래의 소비자가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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