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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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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나경원에 4패한 동작을…민주당 또다시 '자객 공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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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4년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동작을 후보자 TV 토론회에 앞서 기자들의 요청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왼쪽부터)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맨 오른쪽은 새누리당 소속이던 나경원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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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작을”

서울 동작을 지역구 출마 경험이 있는 한 후보가 16일 한 말이다. 동작구의 동남부 지역(상도1동, 흑석동, 사당 1~5동)인 동작을을 두고 정치권은 이번 4.15 총선에서도 격전을 예상한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주소를 옮기기로 한 종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광진을과 함께 동작을이 서울 ‘3대 승부지’로 거론된다.

여야 공히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란 예상 뒤에는 변화무쌍한 변수들이 숨어있다. 첫째는 사그라지지 않는 개발 수요다. 현재 동작을 내 아파트 비중은 약 52%로 인접 강남 3구(60~70%)를 밑돈다. 20대 총선에서 동작을 재선에 성공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4년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강남4구 일류동작”을 주장해 부동층의 마음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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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동작을에서 처음 당선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만세를 외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성태 의원,왼쪽은 이완영 의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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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편입되고 싶은 동작구민들의 ‘강남화’ 욕망을 간파한 전략이었다. 당시 지역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나경원은 별로인데 ‘강남 4구’는 좋다”, “강동구를 제치고 동작구가 강남 4구가 되자”는 글이 올라왔다. 나 의원이 서리풀터널(정보사령부 부지 터널) 개통을 적극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터널이 뚫려 동작구와 서초구 간 이동 거리가 훌쩍 가까워졌다.

그러나 유권자 연령대로 봤을 때 동작을은 상대적으로 진보 진영에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다. 중앙대·숭실대·총신대 등 대학 3곳이 포진한 데다 강남·여의도로 출퇴근하려는 직장인 거주자가 많아 2030 비율이 서울 평균을 웃돈다. 보수 지지층이 많은 50대 이상은 서울 평균보다 적다. 민주당이 이 지역을 ‘표밭’으로 보고 매번 전략공천을 저울질하는 배경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재개발 전 동작을은 상경한 호남 인구가 터를 잡는 곳 중 하나였다. 호남선 종착지인 영등포역의 배후지역이라서다. 1973년 관악구로 분구되기 전까지 이곳은 영등포구였다. 현재의 동작구 이름이 붙은 건 불과 40년 전(1980년)이다.

이 같은 배경에 힘입어 2004년(17대 총선)까지는 민주당이 우세했다. 13·14대 동작을 의원을 지낸 박실 전 국회 사무총장은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멤버다.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 소속으로 박 전 총장을 꺾고 당선된 유용태 전 헌정회장은 2년 뒤(98년) 당적을 DJ쪽으로 옮겨 재선(16대)했다. 그는 DJ 정부 노동부 장관을 거쳐 새천년민주당 원내총무까지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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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8대 총선 때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정동영(우)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가 서울 경문고에서 열린 동작구 조기축구대회에 참석해 얘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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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장 출신의 이계안 열린우리당 후보가 17대 때 배지를 달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동작을을 텃밭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후 12년간 동작을 민심은 보수 진영(현 한국당)으로 기울었다. 18·19대 정몽준, 2014년 재보궐·20대 나경원 후보가 각각 두 차례씩 연속으로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한국당 4전 연승, 민주당 4전 연패다.

진보진영의 전략공천이 말썽이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현 민주평화당 대표)이 “험지 출마”를 주장하며 나왔다. '셀프 전략공천'인 셈이다. 대선에서 막 떨어진 뒤였는데, 정몽준 전 의원이 그를 상대로 1만1300여표 차이 압승을 거뒀다.

6년 뒤 정몽준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로 열린 7.30 재보궐 선거 때는 말 그대로 ‘전략공천 파동’이 났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의 기동민 의원이 전략공천을 받자,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허동준 당시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기 의원의 공천 수락 연설장에 나타나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몸싸움을 벌여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후보 단일화(노회찬)로 선회했지만, 결국 당시 새누리당의 전략공천을 받은 나경원 의원이 929표 차로 신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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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 지역에 전략공천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을 수락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전략공천에 항의하는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왼쪽)과 관계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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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을 석 달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또 동작을을 두고 ‘자객 공천론’이 제기된다. 나 의원 대항마로 이수진 전 판사,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의 이름이 거론되면서다.

고스펙·여성 컨셉이 겹치는 인물을 투입하자는 주장인데 일각에서는 "전략공천 필패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작에서 서울시의원 당선 경력이 있는 강희용 지역위원장이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당 대표 시절 참모다.

허영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17일 15개 지역구를 전략공천 대상지역으로 묶은 민주당은 종로·광진을과 달리 동작을은 전략공천과 관련,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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