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불완전판매 등 부당한 행위자를 '부행장'으로 지목해 부행장과 행장 모두에게 중징계를 내린 반면 은행들은 과거 사례와 법리를 따졌을 때 실무선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행위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내부 통제 의무가 주어지는 감독자가 규정된다는 측면에서 행위자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게 최고경영자(CEO) 책임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감원에서 열린 DLF 제재심에서는 '감독자'와 '행위자'를 둘러싼 금감원과 은행들 간 법리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16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제재심 회의는 약 11시간이 지난 후인 저녁 9시에 끝났을 정도로 공방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행위자'가 누구인지는 CEO 징계에서 핵심 부분으로 꼽힌다. 행위자가 누구인지 판단되면 감독자가 누구인지 규정되고, 그에 따른 내부 통제의 책임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두 은행 모두에 대해 불완전판매 행위자를 부행장급으로 보고 이들 은행 부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통지했다. 이에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당시 KEB하나은행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와 정채봉 우리은행 부문장(영업부문장 겸 개인그룹장)이 행위자로 규정됐다. 영업을 총괄하는 만큼 부행장들이 직접적인 행위자에 해당한다는 게 금감원 주장이다. 부행장급이 행위자로 지목되면 자연스레 감독자는 은행장이 된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당시 KEB하나은행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내부 통제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문책적 경고)를 통지받은 배경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부행장급이 행위자로 지목된 데 대해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영업담당자들의 영업 행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므로 이들이 행위자로 지목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다는 것이다. 실무진의 행위였던 만큼 감독자 또한 실무진을 관할하는 직책의 인물로 지목해야 한다는 게 은행들 주장이다. 은행들은 과거에도 실무자가 행위자로 지목된 전례가 많았던 만큼 부행장을 행위자로 지목하고 그에 따른 내부 통제 책임을 은행장에게 지우도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법리와 관례에 따라 충실히 해석하면 은행권 주장에 힘이 실린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DLF 사태 논란이 컸던 만큼 금감원 입장에서는 시장에 신호를 주기 위해 CEO 중징계를 고려했을 수 있지만 징계는 규정과 과거 전례에 비춰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건이 좋지 않은 전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오는 22일 오후 2시에 2차 제재심을 열고 우리은행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승훈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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