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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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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제왕적 대통령제에선 `분열의 정치` 못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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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의 해' 정치원로에게 듣는다 ◆

대담 = 송성훈 정치부 부장대우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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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의 해' 2020년이 밝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대립과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이 '총선 올인'에 나선 가운데 경제·민생·개혁 법안들은 모두 뒷전으로 밀려나며 국가 경쟁력마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린다. 보수 진영 원로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에서 만났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을 각각 맡고 있는 이들 여야 정계 원로들에게 조언을 들어봤다.

―문재인정부가 '분열의 정치'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분열과 대결을 없애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엔 동의한다. 다만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과 비교해 현재 분열이 훨씬 심각해졌나? '문재인 대통령이 분열의 정치를 한다'는 전제는 과장·왜곡된 표현이다. 제도 개혁 언급 없이 대통령 책임으로 국민 분열 문제를 인식한다면 이를 극복할 수 없다.

―현 대통령제로 국민 통합은 어렵나.

▷그렇다. 한국에선 통합의 상징이어야 할 대통령이 계층적·지역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회는 대권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사생결단의 전장(戰場)이 됐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폐해가 국민 화합과 통합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통합은 불가능하다. 제왕적 대통령제 개헌 없이는 정치 개혁은 불가능하다.

―통합을 위한 바람직한 정치 제도는.

▷안보·외교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경제를 비롯한 내치는 국회가 책임지고 선출한 총리가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다. 그래야 경제 정책이 실패하고 국민 여론이 용납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불신임을 통해 총리를 교체하면서 정책 변화가 가능해진다. 지금 대통령제는 한 번 정해진 정책이 잘못돼도 제도를 통해 바꿀 수 없어 임기 후반기에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병적으로 짙어질 수밖에 없다.

―여당이 개헌에 소극적이란 평가다.

▷정확한 통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오랫동안 (민주당 인사들을) 접촉해 보니 과거에 시민운동을 하던 사람이나, 운동권 출신들은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대통령제를 더 선호하더라. 정치권 밖에 있을 때 국회나 정치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이 없었던 것이 영향을 줬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어떤가.

▷예전부터 개헌에 선뜻 동조한 적은 없다. 반대하진 않지만 적극적인 의사 표시도 없었다. 대통령의 지나친 권력을 완화하는 것까지를 본인 역할로 생각하는 것 같다.

―현재 국회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고 외면하니 양질의 국회의원이 나오는 데 벽이 되고 있다.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니 성과도 못 내는 거다.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출신이 많아져서 그런지 여당 의원들이 성향에 따라 뭉치고, 야당과의 교류를 등한시하는 것 같다.

▷나도 그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한다. 정치를 하려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대화해야 한다. 최근엔 그런 모습이 부족한 정치인 그룹들이 있다. 예전에는 동지가 아닌 사람과도 교류했는데, 최근엔 동지냐 아니냐로 나누고 있다. 협치를 위해 개인적으로 불편한 상대 당 사람도 끌어들여 논의해야 한다.

―여야 간에 서로 불신이 너무 큰데.

▷자공이 스승 공자에게 "한마디 말로 평생 실천할 만한 게 있는지"를 물었다. 공자는 '서(恕)'라고 답했다. '서(恕)'는 같을 여(如)에 마음 심(心)이 더해진 글자다. 사람의 마음은 기본적으로 같으니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의미다. 정치인이 꼭 새겨야 할 말이다.

―여당 후배 정치인에게 할 조언은.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다. 정치를 하려고 나선 사람은 싸우더라도 같은 자리에 앉아 토론을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성과가 있든지 없든지, 또는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정치인은 같은 자리에서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것을 하지 않는 사람은 정치할 자격이 없다.

▶▶He is…

△1937년 전북 정읍 출생 △전주고 △연세대 정치외교학 △동아일보 기자 △10·11·13·16·17대 국회의원 △평화민주당 원내총무 △열린우리당 상임의장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정리 = 채종원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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