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 = 송성훈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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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의 해' 2020년이 밝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대립과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이 '총선 올인'에 나선 가운데 경제·민생·개혁 법안들은 모두 뒷전으로 밀려나며 국가 경쟁력마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린다. 보수 진영 원로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에서 만났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을 각각 맡고 있는 이들 여야 정계 원로들에게 조언을 들어봤다.
―새해에도 정국은 경색돼 있는데.
▷과연 국회가 국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반영하는 건지, 다시 말하면 요즘에 정치가 있는 건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 역사상 제일 무기력한 정당 체제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치는 싸움이다. 이념과 진로,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격돌할 수밖에 없다. 싸움을 나쁘게만 생각해선 안 된다. 각각 대변하는 목소리를 어떤 형태로든 반영해야 하고,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선 치열한 투쟁도 부득이하다.
―극심한 국론 분열에 따른 국력 소모가 우려되는데.
▷물론 극단적 국론 분열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동의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틀 속에선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특히 권력은 언제나 팽창하려고 하기에 견제가 필수다. 여당이 아무리 훌륭해도 제대로 된 야당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야당이 견제 노릇을 포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만 나는 지금 야당의 견제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자유한국당이 연일 강경 투쟁에 나서고 있는데.
▷투쟁은 단순히 주먹다짐을 하는 게 아니다. 권력의 잘못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야당은 선명한 주장으로 국민적 동의를 얻는 데 취약하다. 야당이 희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비판을 함으로써 문재인 정권이 자꾸 선을 넘는 위험한 모습을 보여 걱정이다.
―어떤 점이 가장 문제라는 의미인가.
▷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명확히 펼쳐내는 데는 무엇보다 리더십이 중요하다. 오늘날 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었던 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야당 리더십 역할이 크다. 하지만 지금 야당에는 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야당이 너무 야당답지 않다. 노선을 분명히 잡고 여당과 다른 정책을 가지고 얘기해야 하는데 속된 말로 '매가리'가 없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야당을 야당답게 끌고 가는 힘이 부족하단 생각이다. 지도자는 명분과 철학을 가지고 국민에게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비전 제시가 약하다.
―야권 내 리더십 실종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문재인 정권이 못하는 점을 지적하고 문제를 어떻게 보완하겠다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정책 개발을 안 한다. 단순히 정부 여당이 나쁘니 야당을 찍어 달라고 하니까, 정치가 후진성을 못 벗어난다고 생각한다.
―보수 통합을 위해서도 리더십이 필요할 텐데.
▷총선을 앞두고 양당 구도를 만들려는 건 야당으로서 해야 할 일이다. 야당 지도자가 리더십을 가지고 보수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다만 군소 정당의 보수 이념을 수렴할 수 있는 리더십이 없어 보여 문제다.
―그 역할을 직접 맡을 생각은 없나.
▷이미 팔순이 넘었다. 정치에 개입할 시기는 지났다. 다만 후배들에게 조언하고자 하는 의욕은 강하다.
―정치권에선 인재 영입이 한창이다.
▷인재를 찾아내는 것도 지도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아쉬운 점은 지금 지도자들이 미래 지향적 인선보다는 자기 호신용 인선에 치우치는 경향이 보인다는 것이다. 차세대 주자를 키운다기보다 내가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고르는 듯해 아쉽다.
―문재인 정권 심판론에 대한 견해는.
▷현 정부는 좀 미안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큰 정치를 하지 못하는 듯하다. 눈에 띄는 정책 개발이나 역동적인 변화가 없어 아쉽다.
▶▶He is…
△1938년 부산광역시 △동래고 △동아대 정치학 △11·12 ·13·14·15·16대 국회의원 △김영삼 전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 △국회의장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이사장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정리 = 이희수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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