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30 (화)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사법독립" 양승태 때리더니 여권 간다···그런 판사 어느새 넷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수진 이어 최기상도 총선출마 검토

모두 진보성향 우리법·인권법 출신

중앙일보

2018년 4월 9일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참석 중이던 최기상 부장판사의 모습.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법원에서도 적폐청산이 이뤄졌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14명이 기소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된 대법원장이 됐다. 검찰은 66명의 법관에 대한 징계를 대법원에 통보했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을 약속했다.



적폐청산 속 최기상



그 적폐청산 과정에 이번 총선을 앞두고 사표를 낸 최기상(51·연수원 25기) 부장판사가 있었다. 진보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으로 당시 법관대표회의 의장을 맡았던 최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을 매섭게 비판했었다.

중앙일보

지난해 4월 8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마치고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을 "재판을 정치적 거래로 삼아 사법권의 독립이란 헌법적 가치를 부정했다"고 몰아세웠고, 김 대법원장에게 "헌정 유린행위 관련자들에 책임을 물으라"고 요청했다. 그랬던 최 부장판사가 정치권의 영입 제안을 받고 13일 법원을 떠났다.

최 부장판사는 한겨레신문에 "정치권의 영입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법관을 떠나 새로운 영역에서 공동체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일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장판사가 정치권의 소문대로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을 택한다면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양승태 대법원을 비판하고 여권으로 직행, 또는 직행을 검토 중인 전직 부장판사만 어느덧 4명이 된다. 민주당 김성환 당대표비서실장은 이날 최 부장판사 영입설에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공직에 계신 분들은 사직하면 소문이 좀 난다"고 말했다.



양승태 때리고 여권간다



김형연(54·연수원 29기) 법제처장은 판사 사직 다음날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그의 후임자인 김영식(53·연수원 30기) 법무비서관도 사직 3개월 뒤 청와대로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우리법은 아니지만 역시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이다. 모두 법원에 있을 때 양 전 대법원장을 비판하며 사법부의 독립을 외쳤다.

중앙일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1월 23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최 부장판사와 같이 여당의 영입제안을 받은 이수진(51·연수원 31기) 전 부장판사도 양승태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연기 의혹을 언론에 알린 인물이다. 그 역시 인권법 출신이다. 한 지방법원의 현직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과 각을 세운 판사들이 이어 여권에 줄을 서는 새로운 패턴이 생긴 것 같다"며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을 비판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변 만류에도 사표



법원 내에선 특히 최 부장판사의 사표에 판사들의 충격이 크다. 양승태 대법원 사태를 거치며 그를 의지하는 후배 판사들이 상당했다. 재경지법의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최 부장판사의 결심이 선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현직 판사는 "정말 놀랐다. 최 부장까지 정치권으로 나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판결을 하는 판사가 사직 후 정치권으로 직행하면 시민들은 재판을 점점 더 신뢰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네 판사는 사법개혁이란 명분을 갖고 법원을 떠났거나 떠날 것이다. 법원 내에서 싸워왔다면 이젠 법원 밖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관회의에 참석했던 한 부장판사는 "사법부 독립의 숭고함을 외쳤던 분들이다. 법원 안에서 해야할 일이 남았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지난해 4월 25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 보좌진들이 국회 의안과 앞에서 경호권발동으로 진입한 국회 경위들을 저지하며 헌법수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투쟁의 정치



이들이 실제 정치에 뛰어들어 성과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법원 안에서 양승태 대법원과 투쟁했던 분들이라 정쟁은 잘 할것"이라면서도 "정치 역사상 경험이 없는 신인들은 대부분 실패했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