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신년 기자회견서 재차 남북협력 띄워
제재 완강한 美설득 과제, 호르무즈 숙제도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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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했다. 7일 신년사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다. 북한이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명의의 담화에서 "끼어들지 말고 자중하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외교에서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는 답변으로 비껴가면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으로부터) 남북관계 발전이나 남북 협력을 위한 남북 대화를 거부하는 메시지는 아직 전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를 협력해가는 데 있어 유엔 제재로부터 예외적인 승인이 필요하다면 그 점에 대해서 (미국과) 노력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한·미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공고하다”라고 강조했지만 당장 눈앞의 현안을 놓고 보면 북핵 문제, 호르무즈 호위연합체 참여, 방위비 분담금 등에 이르기까지 한미 간에는 미묘한 간극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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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거부감 큰데…재차 남북협력 띄운 文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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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 “제재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며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 속에 제재 완화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남북관계에 있어 필요한 경우 제재 일부 면제나 예외조치를 인정하게 된다면 국제적인 지지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선 7일 신년사에서 “(남북 간)지켜지지 못한 합의를 되돌아보고,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친 이유를 되짚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재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사 표시였다.
이와 관련, 오는 15~18일 방미하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 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북핵수석대표를 만나 금강산 개별관광 등 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다소 거리가 있다. 미 국무부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 발표 직후인 8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에 "모든 국가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이행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자칫 남북 경협 추진 과정에서 제재 완화 문제가 한·미 간 갈등 요소로 부상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물론 문 대통령의 연이은 제안들이 대미 메시지라기 보단 대북 메시지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을 겨냥해 제재의 틀을 벗어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북한에 대화의 손짓을 보내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문 대통령은 제재 완화와 관련해 언급할 때마다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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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은 유보적, 방위비는 “진전 있다”
청해부대 31진 '왕건함'(DDH-Ⅱ?4400t급)이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에서 장병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항하고 있다. [뉴시스, 해군작전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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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중동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한 질의엔 “파병 문제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노골적으로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파병을 요청해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확답 없이 “한·미동맹도 고려해야 하고, 이란과도 외교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 전체를 고려하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가겠다”고만 답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이 문제는 테이블 위에 오를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중동에서의 ‘한국 측 기여’를 재차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또 다른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진전이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은 거리가 있고 국회 동의도 받아야 한다”면서도 “미국과 점차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고 간격도 좁혀지고 있어 빠른 시일 내 타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언급한 건 그만큼 타결이 가까워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외교가에서는 호르무즈 파병 요구, 대북문제 등 복합 방정식을 풀어가야 하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선 인상률 등에서 일정 부분 양보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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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방한 예정", 주목되는 중국 변수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설명할 때는 보다 명쾌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확정적으로 언급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간) 오랜 적대 관계 속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은 긴 여정이 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끊임없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가 안팎에선 지난해 북한의 '크리스마스 도발'을 막는데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 일부 해제 결의안을 낸 것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로 예상되는 시 주석 방한이 주목되는 이유다.
백민정·이유정 기자 uuu@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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