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 총리는 삼권분립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역대 첫 의장 출신 총리가 되었다. 집권당 대표에 옛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역임한 18년 기업인 이력의 6선 의원이니 이런 산전수전의 정치인이 따로 없다. 폭넓은 경험은 문 대통령의 강한 신뢰, 대통령·총리 간 분권과 역할 분담 의지에 포개져 총리직의 무게와 영향력을 키울 거라고 볼 때 관심은 그가 다루려는 주요 국정의제와 대응에 더 모인다. 정 총리는 이틀간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경제활력 강화와 사회안전망 확충, 실질 변화를 주도하는 공직사회의 적극행정, 소통·협치를 통한 사회통합을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난제들이지만 문 대통령의 신년사대로 '확실한 변화를 통한 노·사, 대·중소기업, 보수·진보, 남·북한의 상생도약'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도전들로 이해된다.
정 총리가 그중 경제활력 회복을 강조하며 과감한 규제 혁신과 기업 하기 좋은 환경 마련을 첫손으로 꼽은 것은 눈길을 끈다. 경제살리기는 결국 마중물 효과 정도에 만족해야 하는 정부의 재정 확장이 아니라 민간 기업의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직사회 전체의 기강을 잡고 탁상행정을 경계하고 현장형 정책 집행 경쟁에 나선다면 그의 경륜은 더욱 돋보일 것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이력 역시 총리직 수행에서 삼권분립 약화 대신 의회·행정부 간 소통 강화의 무기로 활용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4·15 총선의 공명정대한 관리는 첫 주요 관문이다. 정 총리는 각 정당과 각계각층 대표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기 바란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 시대 속에 맞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대처와 한반도 평화정착 과제는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위한 다각도의 소통과 협력은 필수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정 총리가 총선 후 여러 정당이 참여하는 협치내각 구성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힌 데 주목하고 싶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정당의 연합정부 모델이 될 수도, 다른 정당인이 내각에 부분 참여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여태껏처럼 아무것도 안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협치내각은 원내 과반 구현 등과 연결된 가치 있는 목표다. 문재인 정부는 원내 제1당 지위의 집권당을 가졌지만, 국회 과반 미달 소수 정권이다. 사안별로 패스트트랙 공조 같은 과반 연대를 통해 입법을 추진할 정도로 불안정하다는 느낌을 준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가동했으나, 생산적 협치는 환상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 난 지도 오래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와 개정 선거법을 고려하면 21대 국회에도 과반 다수당 출현이 어려워 의회 내 협치 역시 여전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의 협치 노력 약속에 대한 기대는 그래서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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