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여의도 국회에서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 과정에서 빚어진 검찰의 무분별한 인권 침해를 국가인권위원회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민청원과 관련, 청와대가 인권위의 조사를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검찰의 인권 침해가 실제 있었다고 청와대가 본다는 뜻이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해당 국민청원에 대해 “청와대는 청원인과 동참하신 국민들의 청원 내용을 담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국가인권위에 공문을 송부했다”고 13일 답변했다. 지난해 11월 마감된 해당 청원은 22만 6,343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 종료로부터 한 달 안에 답변을 하는 게 원칙이지만, 청와대는 지난달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답변 시점을 연기했다.
청와대 공문은 ‘인권 침해 여부를 가려달라’고 직접 요구하는 진정서는 아니다. 그러나 공문 접수 배경엔 검찰 수사가 ‘인권 존중 수사’와 거리가 멀었다고 보는 청와대 내부 시각이 깔려 있다. 조 전 장관 가족 관련 수사 진행 상황이 검찰 외부로 수시로 알려졌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달 말 “어떤 사건이든 결국 수사는 수사 결과로 말해져야 한다. 인권 수사를 위해 수사 중인 사안이 밖으로 알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언급하며 검찰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강 센터장도 답변에서 “2014년 1월 1일부터 2019년 10월 말까지 인권위에는 검찰의 인권 침해와 관련한 총 938건의 진정이 접수됐다”고 소개해 검찰의 수사 관행을 꼬집었다.
인권위는 이와 관련 “인권 침해에 관한 사안으로 판단되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답변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인권위가 조사에 착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검찰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청와대가 검찰을 압박하는 카드로 이번 청원을 활용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노 실장 명의로 공문을 접수한 것은 ‘익명으로 진정을 접수할 경우 각하된다’는 인권위법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