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부터 2018년까지 -3%포인트
한은 '인구 고령화가 실질금리에 미치는 영향'
기대수명 늘면 저축↑ 소비↓
OECD 평균보다 고령화 영향 많이 받아
전문가 "실질금리 하락 추세 이어질 듯…하락폭은 제한적"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1990년대 중반부터 가속화한 한국의 인구 고령화가 실질금리 하락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수명이 길어지자 사람들이 오래 살 것에 대비해 소비는 줄이고 저축을 늘린 것이 가장 큰 이유다.
13일 권오익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 부연구위원 등이 발간한 '인구 고령화가 실질금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로 한국의 실질금리는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약 3%포인트 하락했다.
명목금리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 인플레이션율을 뺀 실질금리는 1995년 약 9.0%에서 2018년 0.4%로 8.6%포인트 하락했다. 이 중 3분의 1 정도는 인구 고령화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기대수명과 인구 증가율이 한국의 실제 데이터와 유사하게 움직일 경우 실질금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시뮬레이션해 수치를 계산했다. 연금제도 개선이나 각종 조세 혜택, 의료보험제도 등 고령화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렇게 가정했을 때 인구 고령화로 실질금리는 약 9%에서 6%로 하락했다.
여러 가지 인구 고령화 요인 중에서는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것이 금리를 하락시킨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기대수명 연장은 인구 증가율 하락보다 두 배 정도로 실질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기대수명만 변화했을 때 실질금리는 2%포인트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인구증가율 감소로 인한 실질금리 하락 폭은 약 1%포인트 수준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권 부연구위원은 "인구 증가율 하락은 은퇴 이후 생존 기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기대수명이 금리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것은 곧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은퇴자나 근로자가 모두 은퇴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저축은 늘리고 소비를 줄이기 때문이다. 반면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가 느려진다고 해서 사람들이 저축을 늘리거나 소비를 줄이진 않는다.
당분간은 고령화 추세를 제어할 방법이 없는 만큼 실질금리 하락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엔(UN)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령인구부양비율(20~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95년 9.6%에서 2015년 19.4%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올해는 23.7%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5~2010년 79.47세로 집계된 기대수명 역시 2015~2020년엔 82.44세까지 길어질 전망이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1990년부터 2014년까지의 인구구조 변화가 실질금리를 약 1.5%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OECD 국가 대부분은 고령화로 인한 금리 하락 폭이 한국보다는 작았다.
권 부연구위원은 다만 "인간의 기대수명은 길어지는 데 아직 한계가 있다"며 "한국의 실질금리 하락이 이어지겠지만, 기대수명이 큰 폭으로 연장되지 않는다면 실질금리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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