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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고령화가 부추긴 금리 하락…앞으로도 제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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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부터 급속히 진행된 인구 고령화가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 하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래 살 것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중앙일보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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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3일 ‘인구 고령화가 실질금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권오익, 김명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를 내놨다. 기대수명과 인구 증가율이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실제 데이터와 유사하게 움직일 경우, 실질금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생애주기모형을 통해 시뮬레이션한 내용이다. 연금제도 개선이나 각종 조세 혜택, 의료보험제도 등 고령화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

연구 결과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증가율 감소와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고령화는 1995년 약 9%였던 실질금리를 2018년 약 6%로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한국의 실제 실질금리는 9%에서 0.4%로 하락했다. 실제 실질금리 하락 폭의 약 3분의 1은 고령화의 영향이라는 의미다.

이는 은퇴 이후 생존 기간이 늘어나면서 저축을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축이 늘면 자본 공급이 증가해 실질금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권오익 부연구위원은 “은퇴자는 생존확률이 증가할수록 미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며 “이는 현재 근로자인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인구 증가율 감소보단 기대수명 증가가 더 큰 영향



높은 저축률을 부정적으로만 볼 순 없다. 다만 늘어난 자본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가계나 기업에 남는 돈이 많아지면 금리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하락하는 총투자율, 낮은 잠재성장률과 맞물린 실질금리 하락은 나라 경제에 그리 좋은 신호가 아니라는 의미다.

앞으로도 실질금리 하락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고령화 추세를 제어할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조만간 인구의 자연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게 확실하다. 2019년 1~10월 누적 인구 증가 폭은 1만5376명으로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권 부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선 기대수명 증가가 인구 증가율 감소보다 실질금리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며 “실질금리 하락 추세는 계속되겠지만, 기대수명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90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10세 이상 큰 폭으로 늘었지만, 최근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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