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구 균형발전비서관실)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10일 청와대 연풍문 앞에 적막감이 가득하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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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0일 검찰의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어떤 자료를 압수하겠다는 것인지, 단 한 가지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면서다. 청와대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무리한 수사’로 규정했고, 불쾌해 하는 반응도 감지됐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오늘 검찰이 가져온 압수수색영장은 압수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검찰은 임의제출 방식으로도 협조하기 어려운 압수수색영장을 가져왔다”고 성토했다. 이날 오전부터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구 균형발전비서관실)을 대상으로 시도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의 압수수색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영장이) 자료를 제출할 수 없는 수준이라, 자료 제출을 할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검찰은 어떤 자료가 필요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자치발전비서관실에 있는 범죄자료 일체를 달라’는 식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는 게 청와대 주장이다. 고 대변인은 “임의제출 할 자료를 찾을 수 없는 영장”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그간 검찰의 압수수색에 청와대가 협조적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는 식으로 이번 조치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했다. 고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며 이를 허용한 전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성실히 협조해왔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는 검찰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식으로 이미 2차례 걸쳐 압수수색에 응한 바 있다.
아울러 검찰 압수수색이 내용적으로는 물론, 절차적으로도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 대변인은 ‘공무소의 자료가 수사에 필요할 경우 공무소 조회 절차를 통해서 얻도록 규정한다’ 등 형사소송법 199조 2항 내용을 언급하며 “검찰이 공무소조회 절차를 통해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다면 종래 임의제출 방식으로 협조해왔던 것처럼 가능한 범위에서 자료를 제출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를 위한 강제처분은 원칙적으로 필요최소한도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는 형소법 199조 1항도 언급하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불쾌감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고 대변인은 “가능한 절차를 시도하지 않은 채 한 번도 허용된 적이 없는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것은 실현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보여주기식 수사’를 벌인 것”이라며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당초 청와대에는 검찰 압수수색에 대한 공식 반응을 자제하려는 듯한 기류가 있었다. 자칫 수사 개입처럼 비칠 우려가 있고, 검찰과 다시 공개적으로 맞붙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미 사건 관계자들이 청와대를 떠났고, 관련 자료 역시 규정에 따라 대부분 파기됐다는 점을 검찰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압수수색을 강행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보고, 이날 오후 들어 강하게 비판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검찰 인사가 단행된 직후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이 의미심장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수족(手足)을 잘라도 청와대 관련 의혹을 수사하겠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메시지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검찰이 생각보다 세게 나오고 있다”고 평했다.
무엇보다 현 정부 들어 검찰 압수수색이 지나치게 잦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달 4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된 압수수색에 이어 한 달여 만에 이뤄졌다. 지난달에도 고 대변인은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 김태우의 진술에 의존해 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며 불편함을 표한 바 있다.
검찰은 앞서 2018년 12월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를 이유로 청와대를 압수수색 했다. 또 지난해 4월엔 한국환경공단 인사 개입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며 불발된 바 있다. 벌써 4번째 청와대 문을 두드린 셈이다. 이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의 청와대 대상 압수수색 시도와 같은 횟수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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