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정치권 보수 진영 통합

[연합시론] 보수야권 통합, '덩치' 보다 '희망' 키워야 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4·15 총선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통칭 보수 계열 야권의 의미 있는 통합 움직임이 처음 가시화했다. 보수·중도 통합의 당위를 앞세운 정당·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가 9일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참여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추)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혁통추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자유와공화' 공동의장이 맡을 모양이다. 혁통추는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을 결집한 신당 창당을 추진키로 하고 설 연휴 전까진 이를 위한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혁신을 원칙으로 삼고 자유와 공정의 가치를 추구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통합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겠다는 몇 가지 기준도 세웠다. 무엇보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가자, 낡은 집 허물고 새집 짓자'라는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의 '보수 재건 3원칙'에 한국당이 동의했다는 안형환 국민통합연대 사무총장의 전언은 합의와 이행 수준에 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주요 선거에 닥쳐 약세 정당이 강세인 경쟁 정당에 맞서 힘을 모으려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합심의 원칙, 방법, 효능이 민주정치 원리와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비춰볼 때 야권 통합신당 추진은 여러모로 부족하고 불안해 보인다. 일단 무원칙한 몸집 불리기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국민들은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서로 다르기에 다른 길을 걷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새보수당은 한국당을 낡은 보수로 보고 새로운 보수가 되겠다며 신당을 차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두 당이 다시 합치려면 정책과 노선의 조정, 신주류 창출 등 일대 혁신이 전제돼야 할 텐데 과연 그렇게 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었는지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방법 면에서도 신당 창당을 통한 통합만이 능사냐는 질문이 따른다. 일례로 색깔이 다른 정당들이 각기 자기 정체성을 유지한 채 더 큰 가치를 위해 힘을 모으는 방식으로는 후보 단일화 등 다른 방식의 선거 연대가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만 있다면 몇 번이고 통합해야 할 테지만 과연 신설 합당이 그런 효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뒤따름을 혁통추는 명심해야 한다.

혁통추 스스로 통합의 제1원칙으로 '혁신'을 내세운 것은 그런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환골탈태한 빅 텐트를 치고 리더십을 세우고 지분을 나누고 공천자를 가리고 하기에는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없다. 자칫 통합을 위한 영일 없는 협상과 양보 없는 지분 다툼으로 자체 당 혁신이 막히고 기존 지지마저 잃게 될 수 있음도 각 당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특히 '반문(반문재인)' 기치 아래 이 세력, 저 세력 다 끌어모아 몸집을 불린다고 해서 표가 비례해서 더 모일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득표는 정당 통합이 아닌 유권자 통합의 수준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애초 각 정당 지지층의 마음이 비슷했다면 표가 그만큼 늘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결국 명분 있고 원칙 있는 혁신의 통합이어야만 '맛있는 비빔밥'이 될 것이고, 반대이면 '형편없는 섞어찌개'가 될 것이라 보고 국민의 선택을 받음 직한 통합 운동을 펼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