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뒤 한·미 공조 삐그덕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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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4년 차를 맞아 남북 간 교류·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7일)에 대해 미국이 “유엔 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론적 입장이지만 제재 준수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정부는 9일 제재 상황에서도 남북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진전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 제안에 북한이 호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미 공조부터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8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의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구상에 찬성하느냐’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의 질의에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해야하며 우리는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가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의에도 “미국과 한국은 북한 관련 노력에 긴밀히 협력하고 유엔 제재들이 완전히 이행되도록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 이행을 강조하며 정부에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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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도 문 대통령의 신년사 뒤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남북관계의 성공이나 진전과 더불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기 원한다. 그것이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은 비핵화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정부는 9일에도 대북 제재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제재 상황에서도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며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재가 해제돼야 (교류협력이) 가능한 분야가 있고, 제재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설명하면서다. 특히 1년 넘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남북 철도·도로연결 사업에 대해 “(2018년) 1차 조사에 이어 정밀조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면제 절차를 밟으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단 “(면제)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협상 진전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제를 달긴 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측 호응에 따라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킬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당국 간 회담 제안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미 국무부의 반응에 대해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현실적 방안을 강구하려는 현 단계에선 제재 저촉 여부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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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다. 남북 경협은 고사하고 사회·문화 교류를 추진하더라도 미국과의 제재 관련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또 한·미가 엇박자를 내는 상황에선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북 전문가는 “정부가 차라리 금강산관광 관련 제재 면제를 미국에 강하게 요구하던지, 또는 한·미 공조를 통해 같은 대북 메시지를 내는 게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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